음주운전 애인 구하려 '운전자 바꿔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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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무면허 음주운전을 한 여자친구를 구하려고 자기가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을 한 남자가 여자친구와 함께 구속됐다.

이들이 운전자 바꿔치기 조작극을 벌인 건 지난 8월. 술에 취한 具모(32.여)씨가 운전하는 승용차의 조수석에 타고 가던 鄭모(30)씨가 서울 강남구 개포동 H아파트 앞길에서 음주단속 중인 경찰을 발견했다. 이들은 차를 세우고 급히 자리를 바꿔 앉아 마치 鄭씨가 운전했던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바꿔 앉는 장면을 음주단속 중이던 의경들에게 들켜 경찰서로 가게 됐다. 鄭씨는 경찰에서도 끝까지 "내가 운전했다"고 주장했고, 具씨도 맞장구쳤다.

이들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 현장검증까지 받으면서도 계속 거짓 주장으로 일관했다.

그렇게 석달이 지난 뒤 서울지검 형사8부는 결국 이들이 자리를 바꿨다는 단속의경들의 상황 설명을 인정했다.

그리고 鄭씨에게는 범인도피 혐의를, 具씨에게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를 적용해 17일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具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09%로 음주 처벌의 최소기준인 0.05%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정도였다"며 "자백했으면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 1백만원이면 끝났을 일을 장기간 거짓 진술하는 바람에 결국 구속 처벌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具씨는 2001년 10월 음주운전, 지난 4월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 1백50만원씩을 선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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