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 대중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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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 대중음악계는 올해 더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무엇보다 음반 판매량이 확연히 줄었고 제작자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찾느라 몸부림쳤다. 불법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 대한 음반사들의 대응은 더욱 강경해졌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모던 록과 보다 색다른 스타일의 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속속 나오고 있어 틈새 시장의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2003년 대중음악계를 되돌아본다.


올해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이수영.김건모.보아.조성모(왼쪽부터) 등도 불황 속에서 50만장의 벽을 깨지는 못했다.

◇'마의 벽' 50만장 판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 아마도 올 한해 가요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 있다면 이 말이 아니었을까. 한해 동안 5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이 단 한장도 없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김건모 8집이 48만장 판매로 최고를 기록했고, 이수영 5집(42만장), 조성모 5집(39만장), 보아 3집(34만장) 순의 판매 기록을 남겼다. 쿨과 브라운아이즈.왁스.코요태.보아 등 다섯장의 앨범이 50만장 판매 기록을 남긴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팝 스타들 줄줄이 방한

팝 음반 시장 역시 불황에 타격을 받았다. 한해 동안 1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이 한장도 없다. 현재까지는 7만장 이상 판매된 린킨 파크가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새 음반이 발매된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웨스트라이프의 판매량이 린킨 파크의 기록을 바짝 좇고 있다.

미 팝시장에서는 블랙아이드피즈.비욘세놀즈.50센트 등의 인기로 흑인 음악 열풍이 거셌다. 팝 팬들에게 좋은 일도 있었다. 추억의 팝스타 리처드 클리프를 비롯, 머라이어 캐리.린킨 파크.림프 비즈킷.마릴린 맨슨 등 대형 팝스타의 내한공연이 줄을 이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크랙 데이비드이 홍보차 한국을 찾았다.

◇온라인 저작권 분쟁 시끌

음반사와 온라인 음악사이트 간 저작권 법적 분쟁이 치열했다. 최근 한국음반산업협회(회장 박경춘)는 10일 소리바다를 이용해 음악파일을 복제.배포.내려받아 온 이용자 50명을 고소했다.

지난 10월 서울지법은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SM엔터테인먼트 등 13개 음반기획사가 인터넷 무료 음악 서비스 업체인 벅스㈜(옛 벅스뮤직)를 상대로 낸 세건의 음반복제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벅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15만여곡 가운데 1만여곡의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온라인 저작권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요 장르가 다양해졌다

침체된 시장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받아들이는 대신 과거 가요시장의 불필요한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가요계를 지배해온 '발라드 아니면 댄스' 라는 이분법적인 장르 구분이 깨졌다는 것을 가장 고무적인 현상으로 꼽는다.

체리필터, 러브홀릭과 넬, 린킨 파크.림프 비즈킷 내한 무대 오프닝을 장식한 하드코어 밴드 피아, 음악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흑인 음악풍'의 빅마마.휘성.렉시 등은 가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특히 빅마마.휘성.렉시는 양현석이 이끌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로 올해는 보아를 내세운 SM엔터테인먼트보다 '양현석 사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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