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 정신신체의학연구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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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벽만 되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받아보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 하루종일 편두통에 시달리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경우 대부분 최종진단은「신경성」또는「스트레스」때문이란 결론이 내려진다. 이같이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갈등으로 인해 신체에 나타나는 질환을 의학적으로 규명하는「정신신체의학」에 관한 연구가 국내에서 활기를 띠고있다.
오는 20일 연세대에서는「한국정신 신체의학회」창립기념 세미나가, 건국대에서는「한국심신 의학회」창립기념 학술대회가 각각 열려 정신신체의학에 대한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연세대 의대 정신과 유계준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창립위원장)는『정신신체의학이란 질병을 신체에만 국한시켜 보던 것에서 벗어나 환자의 심리적·생물학적·사회적 측면 등 다방면에서 원인과 치료대책을 찾는 통합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정신신체의학의 근저에는「모든 병의 근원은 정신」이며 마음과 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실제로 외국의 조사에 따르면 시간에 쫓기며 과도하게 경쟁적이고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 발병이 6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와있다. 또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당한 페테르부르크 지역에서 고혈압환자가 평상시의 4%에서 64%로 증가했다는 보고는 극단적인 스트레스가 신체질병유발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황준식 박사(한국심신의학회 창립준비위원장)는 말한다.
고전적인 7대 심신질환으로는 ▲신경성 고혈압 ▲위궤양 ▲류머티스성 관절염 ▲신경피부염 ▲기관지천식 ▲갑상선기능항진증 ▲과민성대장염 등이 꼽힌다. 현대에서는 긴장성 두통·신경성 식욕부진증·비만·만성피로증후군 등이 대표적인 심신질환에 속하며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은 모두 포함된다. 또 거꾸로 암과 같은 신체질환이 유발하는 정신질환도 정신신체의학의 연구대상에 포함된다.
정신신체의학은 근대의학이 신체의 기질적 변화에 치중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왔다. 따라서 환자의 정신적 요인이나 사회환 경적 요인은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
서울대 정신과 정도언 교수는『통계상으로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대로 순응하는 비율은 약5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환자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치료율이 달라지므로 심리적·사회적 요인에 대한 대책은 기질적 변화에 대한 치료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심신질환자는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각 임상과 치료와 아울러 정신과치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정신과에서는 의사와의 심리상담이나 행동요법·최면요법·이완요법 등이 실시돼 치료율을 높인다.
이미 독일에는「정신신체의학 및 정신치료과」가, 일본에는「심신내과」가 독립된 과로 있어 심신질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며 미국도 정신신체의학회가 올해로 창립50주년을 맞을 만큼 유래가 깊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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