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탐구/건강·기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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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년째 새벽 조깅… 비가와도 달려 YS/5∼10분씩 토막잠으로 피로 회복 DJ/3시 기상… 냉온욕후 걸어서 출근 CY/손 쓰다듬으며 “씰데없는 소리…” 김영삼/손펴 내리치며 “말하자면…” 설득 김대중/손 꼭잡고 “그게 말이야…” 정표시 정주영
대통령직은 격무의 자리다. 증요정책의 결단도 수시로 내려야 한다. 대통령의 어투 하나,행동 하나가 자칫 일파만파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대통령 후보자들의 건강상태,습관 등 신변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몸에 밴 특이한 버릇은 각자가 살아온 인생살이의 축적이자 성격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김영삼민자당후보는 상대방이 거슬리는 말을 하거나 일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잘 『씰데(쓸데)없는 소리』 『문제야 문제』라고 말한다. 급하면서도 분명한 성격임을 드러내 보인다.
그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때 자기 손을 자주 쓰다듬는가 하면 친근감을 반어법으로 표시하기도 해서 잘모르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무안받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김대중민주당후보는 손을 칼모양으로 펴서 아래쪽을 내리치며 말하는 버릇이 있으나 너무 강하게 보인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고치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대화할 때나 연설할때 『말하자면』이란 말을 자주 사용,상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한다.
정주영국민당후보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때면 손을 잡으며 『그게 말이야』로 다정하게 말하나 불만스러울때는 『빈대만도 못한…』이라고 쏘아 붙이는 등 투박하고 직선적인 성격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두 김씨의 외모변화도 흥미롭다.
김영삼후보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장발에 굽높은 구두를 신고 몸에 꼭끼는 양복을 즐겨 입었다. 그러더니 머리모양도 염색을 하고,특히 이마를 반쯤 덮던 머리카락을 최근 위로 빗어 올렸다. 집권당 후보로서의 무게를 싣기위한 변모라고 한다.
반면 김대중후보는 최근 빨간 넥타이를 매고 포킷 치프를 꽂는 등 한껏 부드러운 인상을 주려고 애쓴다. 때로 콤비스타일의 옷차림도 마다 않는다.
두 김씨 주변인사들은 두 김씨의 이러한 외형적 변신 노력에 대해 『대권이 뭐길래』하고 웃기도 한다.
이에 비해 정주영후보는 몇년전 얼굴의 검버섯제거수술을 한것 외에는 소탈하고 꾸밈없는 자기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3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건강하고 또 건강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3자는 이렇다할 병력(사고후유증 제외)도 없어 지병 등으로 병원신세를 져본적이 없다. 별표에서 보듯 3자는 건강지수로 볼때도 매우 양호하다.
김영삼후보는 통영중축구팀의 센터포드를 맡아 전국대회 준우승 기록이 있고 김대중후보는 학창시절 마라톤선수였으며 정주영후보는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신입사원들과 씨름경기를 해서 청년들을 메다꽂았다.
김영삼후보는 『머리는 남에게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그 자신의 말에서 보듯 자신의 건강을 가꾸는데는 지독하달 정도로 철저하다. 날마다 수영을 해왔던 김 후보는 76년 신민당 총재직을 잃은후 주위의 권유로 조깅을 시작,지금까지 16년동안 새벽 5시20분(겨울철엔 5시40분)이면 어김없이 대문을 나서 1시간동안 자택뒷산을 뛴다. 비가 올때는 우산을 받쳐들고 뛴다.
83년 23일간의 단식투쟁을 벌였을때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던 것외에는 특별히 병을 앓은 일이 없다.
김대중후보는 71년 대선유세때부터 몸에 밴 5∼10분씩의 「토막잠」으로 피로를 푼다.
주위환경이 어떠하든 마음만 먹으면 잠잘 수 있다고 한다.
한때 골프·수영 등을 했으나 골프는 80년 수감생활로 손을 놓았고 몇년전부터 수영도 그만두어 요즈음에는 특별히 하는 운동이 없다.
그는 연설을 자주 한 탓에 성대가 나빠져 90년 연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71년 대통령 후보 유세중 교통사고로 다친 고관절이상때문에 지금도 가끔씩 지압을 받고 있다.
정주영후보는 78세의 나이에도 불구,새벽 3∼4시에 기상,맨손체조와 냉·온욕,도보출근으로 건강을 관리한다.
기상후 10분동안 냉·온욕을 번갈아하기 때문에 그의 청운동자택에는 욕조가 두개 설치돼 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평동 당사까지 5㎞거리를 걸어서 출근한다.
11세때 정확한 병명도 모른채 심하게 앓아 6개월간 공부를 중단했던 것이 그의 유일한 병력이다(나중에 폐결핵이었던 것으로 판명됨).
3자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기호품에는 차이가 있다.
김영삼후보는 소식을 원칙으로 한식·양식·중식·일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나 칼국수와 생선회를 좋아하며 쇠고기는 살짝 익혀 먹는다.
아침마다 조깅후 냉수나 오렌지 주스를 한 컵 마시며 아침식사로는우유 한잔과 국 한그릇,과일 몇쪽이 전부다. 주로 녹차를 마시지만 하루 한잔꼴로 카페인이 없는 상카 코피를 꼭 마신다.
김대중후보는 기상하면 뜨거운 블랙코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는 주로 인절미에 굴이나 홍합을 넣은 미역국. 그는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설렁탕을 꼽지만 육회를 얹은 비빔밥도 좋아한다.
특히 군것질을 좋아해 떡·말린 문어 등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몇달전부터 체중관리를 위해 과일로 대체하고 있다.
정주영후보의 아침메뉴는 누룽지·순두부와 배추·당근 등 생야채. 특히 순두부가 오르지 않으면 불벼락이 떨어진다. 부인 변중석여사가 강릉바다물을 길어다 순두부를 만들었으나 2년전부터 퇴행성 관절염으로 입원중이어서 며느리들이 만들고 있다.
3자는 모두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김영삼후보는 하루 세갑씩 피우던 체인스모커였으나 72년 유신직후 미국에서 귀국한뒤 연금되자 담배를 끊었고 김대중후보도 파이프 담배를 즐기다 83년 미국 망명중 손을 뗐다. 정 후보는 아예 담배를 배운 적이 없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나중엔 시간이 없어 못했고 요즈음은 건강때문에 피우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인은 모두 나름의 서체로 붓글씨를 쓰며 악에도 관심이 있다. 김영삼후보는 자동차안에서 부담없는 우리 가곡을 틀도록 하며 이따금 팝송도 듣는다.
김대중후보는 음악을 들을때면 판소리·국악쪽에 치중하며 판소리에 조예가 깊다.
정주영후보는 중역들에게 신곡을 반드시 배우도록 엄명할 정도여서 자신도 대중가요를 완전히 익힐때까지 반복해 듣는 노력으로 3백여곡 이상을 알고 있다.
김영삼후보가 「학실히」(확실히) 「갱제」(경제) 등 복모음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성대수술을 하면 발음교정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찾은 적이 있으나 아래입술이 유난히 두텁고 큰 신체적 특징이 원인으로 판명,포기했다.
김대중후보는 항상 수첩을 두개씩 갖고 다니며 한곳에는 스케줄을,다른 곳에는 명언·각종 통계수치 등을 적어 두기 때문에 누구와 만나도 빈틈이 없다. 그는 특히 꽃가꾸기에 몰두해 화단마저 치밀한 성품대로 꽃별로 구획정리해 가꾸고 있다.
정 후보는 당사 등에 고위관리가 방문하면 꼭 엘리베이터까지 마중하고 배웅하며 한 당직자가 시장방문을 건의하자 『새벽에 심심하던 차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바로 채택,새벽 4시쯤 시장돌기에 나서 당직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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