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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관 공청회 참석자 동원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지난 5일 무등산 원효사 계곡 상류 해발 4백50m지점에서 호남 참의관 건립에 대한 시민여론을 수렴하는 공청회가 열렸다. 나는 처음 호남 참의관 건립현장에서 공청회를 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참석할까 염려하면서도 현장을 직접 보면서 공청회를 하는 것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공청회에 갔다. 그러나 공청회 시작 전부터 나의 기대는 무너져버렸다. 참석자는 대부분 시청에서 동원된 사람으로 머리가 흰 60세 이상의 할아버지들이었기 때문이다.
공청회가 시작되고 광주직할시 각본대로 반대의견을 먼저 듣고 찬성의견을 듣도록 했다. 그러나 반대의견을 발표하면 일제히 야유를 보내는 것이었다. 반대의견 발표자는 발표도중 몇 번이고 중단해야만 했다. 반대론자들은 호남 참의관 건립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등산을 보호하고 생태계파괴를 우려하여 장소를 무등산해발 4백50m지점에 건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원된 사람과 찬성발표자는 반대하는 사람을 무조건 선조들의 뜻을 저버리는 배은망덕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이었다. 또한 시 당국에서도 공청회를 그렇게 유도하고 있었다.
공청회가 진행되는 그 시간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세계각국의 국가원수, 그리고 정부수반·민간환경단체 대표들이 모여 우리환경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유엔환경개발회의가 한창인데 이곳 광주에서 관이 주도해 무등산을 파괴하려는 「의지」(?)를 확인하니 씁쓸한 기분이었다. 김왕근<광주시 광산구 월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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