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의 '주먹 신화' 무패로 5체급 석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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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2회에 메이웨더(左)의 강력한 레프트 훅을 맞은 델라 호야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장강(長江)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냈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0.미국)의 스피드는 오스카 델라 호야(34.미국)의 속사포 연타를 무력화시켰다. 메이웨더는 6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가든에서 벌어진 세계권투평의회(WBC) 수퍼웰터급 세계타이틀전에서 6체급 석권에 빛나는 챔피언 델라 호야를 2-1 판정으로 꺾고 프로복싱 역사상 최초로 무패(38전 전승, 24KO) 5체급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는 현역 최고 테크니션끼리의 맞대결로 전 세계 복싱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경기 내내 주도권은 인파이터인 델라 호야가 놓치지 않았다. 어떤 자세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좌우 연타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복서'라는 평을 듣는 메이웨더는 델라 호야의 소나기 펀치를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흘려보냈다. 3회 이후부터는 밀고 들어오는 델라 호야에게 카운터 펀치로 맞대응, 점수를 따 나갔다.

메이웨더(左)가 5체급을 석권하며 따낸 챔피언 벨트.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중반 이후 델라 호야는 지치기 시작했다. 전날 계체량에서 메이웨더보다 2㎏이 많았던 델라 호야에게서 무리한 감량의 흔적이 엿보였다. 델라 호야는 상대의 스피드를 줄이기 위해 복부와 옆구리를 집중 가격했지만 메이웨더는 멀쩡했다.

기록 분석에 따르면 델라 호야는 587개의 주먹을 날렸으나 122개만 적중시킨 반면 메이웨더는 481개의 펀치 중 207개를 명중시켰다. 정타 수에서도 메이웨더가 138-82로 앞섰다.

'프리티 보이'라는 별명답게 경기 후 말짱한 얼굴로 인터뷰에 나선 메이웨더는 "정상에 섰을 때 그만두고 싶다. 나는 이제 더는 보여줄 게 없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1996년 훌리오 차베스를 무너뜨리고 무패 4체급을 석권한 델라 호야(38승5패, 30KO) 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메이웨더가 은퇴를 실행에 옮길지는 새로운 관심사로 남겨졌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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