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간이식당 아줌마/밀알같은 성금 5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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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초과학에 써달라” 대학에 기부/“돈없어 두 아들은 대학 못보냈지만…”
서울대구내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신축현장에서 공사인부들을 상대로 간이식당을 운영해온 조연희씨(56·여·서울 신림10동 328)가 9일 기초과학 육성에 써달라고 5백만원을 서울대에 기탁했다.
조씨는 『신문을 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낙후되어 수출이 잘 안되고 경제사정이 매우 나빠진다는 기사를 읽고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돈은 조씨가 두 아들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신축공사장옆에 낡은 판자로 지은 10여평 크기의 허름한 식당을 운영해오며 2천원짜리 백반을 판 수입을 매일매일 조금씩 모은 그야말로 땀이 밴 돈.
『저같은 아낙이 뭘 알겠습니까만 공사장에서도 기초가 튼튼해야 건물이 번듯이 지어지듯 나라발전도 그 바탕이 되는 기초과학이 육성돼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금을 내놓았습니다.』
조씨는 한때 신림동에 89평짜리 집을 갖고 넉넉한 가정을 꾸렸으나 89년 남편의 사업실패로 온가족이 1천2백만원짜리 전세방으로 옮긴뒤 봉투붙이기·봉제공 등 어려운 생활을 해왔다.
조씨는 어려움속에서도 매달 서울 수색동에 사는 무의탁 할머니 세분에게 연탄·쌀을 전하는 등 불우한 이웃을 도와왔다. 가난 때문에 두아들을 대학에 진학시키지 못해 평소 부모로서 죄책감을 느껴왔다는 조씨는 『아들을 대신해 다른 젊은이들이 나라를 위해 열심히 연구한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느냐』고 했다.
서울대 김종운총장은 기부금 전달식에서 『조씨의 뜻은 여느 기업들의 몇억·몇십억원보다 더욱 값진 밀알과 같은 성금』이라며 『조씨의 뜻에 따라 이 돈을 자연대의 기초과학설비 구입에 쓰겠다』고 밝혔다.<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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