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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은신처 기자들에 첫 공개] 부엌에 美製 초콜릿·음료수 널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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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드다와르 AP.AFP=연합]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군에게 잡힌 아드다와르의 진흙 벽돌 오두막집은 기독교 성화들로 장식돼 있었고 외제 음료수와 초콜릿이 널려 있었다. 이것이 후세인을 잡은 미 제4보병사단의 안내로 15일 돌아본 현장의 모습이다.

이 외딴 오두막은 흡사 노숙자가 머물다가 버린 임시 바람막이 같았다. 호화롭게 살던 독재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당에는 쓰레기와 썩은 과일, 빈 병과 비닐봉지, 망가진 의자 따위가 널려 있었고 집 입구에는 '신이여 우리 집을 보호하소서'라고 적힌 판자와 '최후의 만찬'과 성모 마리아 그림이 걸려 있었다. 오두막 입구에는 아랍어로 '신은 자애롭다, 신은 자비롭다'라고 적힌 판자도 있었다.

오두막은 작은 침실 하나와 간이 부엌이 전부였다. 화장실은 없었지만 마당 구석에 대용으로 쓰였음직한 도랑이 보였다. 하지만 티그리스강에서 물을 퍼올리는 펌프, 자가 발전기가 있었고 식료품과 생필품도 넉넉히 있었다.

간이 부엌에는 오이.당근.키위 등 채소와 과일이 있었고 달걀과 고기 통조림, 빵과 오렌지 마멀레이드(잼), 그리고 꿀 한 통이 보였다. 립튼 홍차 한 통과 사탕류도 발견됐다. 작은 냉장고에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팔리는 '바운티'상표의 초콜릿바 몇 개와 핫도그, 세븐업 캔 하나가 들어 있었고 개수대 안에는 씻지 않은 그릇들이 쌓여 있었다.

그 바로 옆에 쌀밥이 든 냄비와 묵은 빵이 놓여 있었다. 가스레인지 위 선반에는 커피 한 캔, 구강 청정제, 달력, 그리고 외제 초콜릿바 두개가 있었다. 외제 상표의 비누와 샴푸, 크림과 탈취제, 뿌리는 해충 제거제도 눈에 띄었다.

침대 두 개가 놓인 작은 침실에 걸린 빨랫줄에는 회색 바지 등 더러운 옷가지와 수건 따위가 걸려 있었고 벽에는 노아의 방주 그림이 들어있는 2003년도 달력이 붙어 있었다. 상자에는 XXL및 XL 사이즈의 사각팬티와 러닝셔츠 등이 포장째 들어있었다.

후세인이 잡힌 구덩이는 마당의 대추야자 나무 근처에 있었다. 흰 천 아래에 콘크리트색으로 칠한 스티로폼 덩이가 입구를 막고 있었고 그 아래에 각목과 벽돌로 무너지지 않게 받쳐 놓은 구덩이가 드러났다. 그 속에는 전선과 알전구. 환풍기가 있었다. 환풍구는 배기 파이프를 통해 밖으로 연결돼 있었고 살라미 소시지와 무화과가 파이프 끝에 매달려 있었다.

아드다와르에서 흙길로 이어지는 티그리스 강변 아래쪽에는 후세인의 호화로운 궁전이 자리잡고 있다. 이 궁전은 현재 미군이 사용하고 있으며, 고급 대리석이 깔린 로비는 농구연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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