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책 혐오 증후군」 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독서를 해야한다」는 사회교육적 가치는 현대생활인들의 각박한 삶에서 실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마저도 낳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정보홍수 속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책이라도 읽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 「책 혐오 증후군」들이 나타나고있는 것이다.
외지가 전하는 독서방해 증후군을 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독서를 방해하는 증후군들은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나 이를 조목조목 따져보면 우선 하나의 단어나 문장이 머리 속을 온통 지배해 심화된 책읽기를 하지 못하는 「과장 증후군」이 있다. 유명한 작품이나 영향력이 큰 작가의 글 중 미세한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다. 한 문장을 읽고 또 읽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적인 실어증」도 종종 나타난다.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지적으로 연약하다고 여긴다. 가벼운 잡지기사밖에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미리 겁먹는 이를 이름해 「어휘 매저키즘」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스신화의 호색가 이름에서 따온 「세이터(Satyr)장애」는 모든 독서를 섹스와 결부시키는 버릇이다.
「피노키오 콤플렉스」는 불신에서 연유한다. 독서하는 모든 내용을 거짓말이라고 여겨 아무런 신뢰를 갖지 못하고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듯 독서에 접근하기를 두려워하는 부작용이다.
또 다른 독서부작용으로 「기억 역류」가 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전에 읽었던 내용이 떠올라 더 이상 진전을 못 보게 된다는 것.
20세기 미국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은 사람들은 「삶의 혐오증」때문에 책의 내용을 싫어하게 된다. 여기서 더욱 심해지면 약간의 부정적인 내용만 나오면 눈을 돌리는 「병리적인 과잉 자기방어증」으로 나아가게 되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이 같은 현상적인 부작용 이외에도 형이상학적인 딜레마들이 독서를 못하게 한다.
사회가 전문화되고 자기일 이외에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풍조에서 개인들은 항상 「인식론적인 무관심」에 빠지게 된다.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