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리오회담」쟁점-환경보존 재원 싸고 선진-개도국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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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0년대까지 우리 교과서엔 영국의 버밍엄을 「해가 뜨지 않는 도시」로 부러워하는 구절이 있었다. 공장 굴뚝의 연기로 가려진 태양이 「발전」의 표상인양 여겨지던 시절이다.
「발전」을 이유로 「가려진 태양」이 자랑스러웠던 때는 지났다. 이제 깨끗한 환경을 원치 않는 사람은 없다.
깨끗한 환경은 누구나의 바람이지만 이를 위해선 불편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합성세제를 쓰는 주부나 심지어 산업폐기물을 몰래 땅에 묻고 폐수를 밤새 흘려보내는 업주도 깨끗한 환경을 원치 않아 그러는 것은 아니다.
환경오염이 덜해 합성세제를 대신할 세제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산업폐기물이나 폐수를 정화할 기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늘게 되는 비용과 생활의 불편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인간에 의해 더럽혀져온 환경이 이제 그 해악의 비수를 인간에게 되돌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국제환경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환경보존과 그로 인한 당장의 비용부담은 협상의구체적인 실행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환경보존이 전 지구적 과제라는데는 다들 공감하지만 이같은 과제를 풀어나가는데 드는 돈은 구가,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대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
리오회담을 앞두고 열린 네 차례의 준비협상에서 대부분의 의제들이 합의를 보았지만 정작 이같은 의제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전제조건인 재원문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 결국 초안조차 만들지 못했다.
이해관계가 큰 기술이건 문제도 아직 핵심사항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리오협상에서 재원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21세기의 지구환경보존을 위한 세부 실전강령인 「의제」의 이행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리오회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유엔환경개발회의 (UNCED)사무국은 「의제」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는데는 내년부터 오는 2000년까지 해마다 1천4백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제21」의 각 분야별 합의사항을 이행하는데 연평균 1천2백50억 달러, 개별협약 이행 등 지구환경보존을 위해 연평균 1백50억 달러, 그리고 이를 위한 유엔기구확대 등 제도강화에 연간 7억5천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 사무국은 방위비를 줄임으로써 이같은재원조달이 충분치 가능하다고 본다. 선진국들은 현재 방위비에 GNP의 5∼6%를, 환경부문에 1∼3%를 쓰고 있으며, 제3세계의 개발지원에 쓰는 ODA(공적개발원조)규모를 GNP의 1%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연간 1천5백억 달러의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용을 부담해야할 선진국들이 이같은 안을 선선히 받아 들일리 만무하다.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들은 ODA규모를 GNP의 0·7%수준으로 증액한다는데 까지는 의견접근을 보았지만 증액방법과 증액목표시한 등 핵심사항은 합의를 보지 못했다.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ODA증액이 오는 2000년까지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방면 선진국들은 올리긴 올리겠으되 시한은 못박지 맡자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그동안 지구환경파괴의 주범은 선진국들이므로 이의 회복을 위한 부담을 빨리, 더 많이 지라는 주장이고 선진국들은 가능하면 더 늦게, 더 적게 내야겠다는 심산이다.
또 하나 이해조정이 잘 안되는 것은 기술이건 문제다. 개도국들은 환경파괴의 주범이면서 환경관련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기술을 돈을 받지 않고 개도국에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선진국들은 지적소유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제값을 받고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또 그렇게 해야 환경기술개발에 모든 나라들이 더욱 열심일 것이라는 견강부회적인 이유도 들고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선진국들이 환경을 빌미 삼아 개도국들이 선진국화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게 아니냐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제 경제개발의 길에 들어서려는 국가에 대해 환경파괴의 이유를 걸어 그동안 당연시되어왔던 「개발방식」을 포기케 하고 보다 많은 비용이 드는 규범을 따르도록 할 때 「과연 왜 이 문제가 나왔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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