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처 심영섭 수질보전국장-수질보전에 바친 외길 26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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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67년 봄 서기보(5을)의 직급으로 우리나라 환경행정의 효시인 공해방지계의 창설멤버가 된 환경처 심영섭 수질보전국장(55)의 전직은 수질공해사범(?)이었다.
『보사부에 발령을 받고 가보니 총무과장이 「공무원 되기 전에 뭘 했느냐」고 묻길래「사촌누나네 염색공장에서 막대기를 휘저으며 고급 중절모 기지에 물을 들였다」고 했더니 「그러면 물을 잘 알테니 수질공해를 맡으라」고 해 공해방지계로 배치를 받았지요.』
65년 한양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한때 왕십리의 사촌누나네 염색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그 후 산업폐수 비밀배출구를 귀신같이 찾아내고 각종 폐수와 20여 년을 싸워 「물귀신」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해준 발단이 됐다.
『물귀신이라는 저도 마음놓고 수도물을 마시는데 생수시판 등 수도물 불신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자꾸 떠오르니 담당공무원으로서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수도물을 믿고 마실 수 있을 것인지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는 하수처리장을 다루는 시설기술국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대구 페놀사고직후「맑은 물 공급」행정의 실무책임자가 됐다.
공해업무는 약품·식품단속 등의 업무와 달리 80년대 이전까지는 공무원들에게는「인기」가 없었다.『공무원 임용동기 17명, 공해방지계 창설멤버 5명은 모두 중도에 그만뒀고 그 중에는 모 제약회사 회장이 된 사람도 있지요. 결코 넉넉지 못한 생활 속에서 그래도 한눈 팔지 않고 외길을 달려온 것은 옷·액세서리장사 등 맞벌이로 가계에 버팀목이 돼온 안사람 덕이 큽니다.』
주사·사무관이 돼서도 공해과·수질담당관실에서 줄곧 물과 더불어 살아온 그는 80년 환경청 발족과 함께 서기관으로 진급, 첫 수질관리과장으로 일하는 등 폐기물관리국장을 지낸 1년반을 빼고 사실 물을 떠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는 공해·환경행정의 유일한 산증인으로 통한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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