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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사랑의 앞마당 -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사랑의 앞마당 -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 최동호(1948~ )

아무도 막지 않아요

아무도 보지 않아요

새도 바람도 다람쥐도

개미도 햇빛도 굼벵이도 한눈 팔 듯

울타리 없는 마당에서

그대로 마음껏 뛰놀다

신바람 파도처럼 오글오글 살아나니

사랑의 숨소리 머리칼에 햇살이랑 찰랑이리



이랬으면 좋겠다, 무심히 동심(童心)이 되어, 한눈 팔 듯, 두서너 걸음쯤 떨어져 있는 듯 없는 듯, 환하고 텅 빈 마당에, 인생이,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을 도리 없지만, 때론 고등학생이 교무실에 불려가듯이, 때론 노래방이나 무도장에 들어가듯이, 그러다 냉큼 들어선 곳, 아무에게도 막힘 없고 누구의 시선도 아랑곳없는 마당이여. 막 돋아난 잎새나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는 시선으로, 사랑아, 너는 달마처럼 놀고 달마처럼 가거라. 울타리 없는 마당에 어여쁜 연애꾼들 무람 없는 숨소리를 풀어놓아라.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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