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미 FTA 효과 다시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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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손익계산서가 나왔다. FTA 타결 전 각 기관이 예상했던 것보다 득과 실 모두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은 10년간 104조 원(7.8%)에서 80조 원(6%)로 조정됐다. 고용증가 효과도 애초 55만 명에서 34만 명으로 낮춰졌다. 이는 애초 20% 정도로 예상됐던 서비스업 개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수지는 애초 예상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가 체결되면 10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47억 달러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분석에선 46억 달러가 되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됐던 농수산업과 제약업의 피해도 지난해 예상보다 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쌀이 개방대상에서 빠져 농업 피해는 애초 예상보다 연평균 2000억 원 정도 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남는 장사=농수산업과 제약업에서 입을 피해를 제조.서비스업에서 얻을 이익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게 연구기관의 분석결과다. 단순하게 따져서 농수산업과 제약업의 생산감소액은 10년 동안 연평균 최대 9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제조업에서 생기는 생산 증가액은 연평균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분석에서 빠진 서비스업의 생산 증가효과까지 감안하면 산업 전체로 볼 때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크다는 얘기다. 여기다 외국인투자가 10년간 매년 23억~32억 달러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소비자도 농산물 가격이 내리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15년 동안 연평균 ▶제조업에서 6258억원 ▶농업에서 372억원 ▶수산업에서 251억 원의 혜택을 본다.

FTA 타결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차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못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수입차 판매장. [중앙포토]

◆분석결과 논란=연구기관이 발표한 농수산업과 제약업 피해규모는 해당 산업 종사자의 체감 피해액수보다 훨씬 작아 이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는 남는다. 농업 생산감소 규모 6700억원은 전체 농업생산액(2005년 기준)의 1.9%에 불과하다. 쇠고기 피해 규모도 관세가 완전 폐지되는 15년 후에도 3147억 원에 불과하다. 2005년 한우시장 규모 3조1500억 원의 10% 정도다. FTA가 체결되면 국내 농업은 망할 거라는 농민단체의 주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수치다.

농민단체는 FTA로 인한 간접 피해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DDA)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기 어려워져 쌀을 비롯한 농산물 개방이 가속화할 것이란 얘기다. 분석방법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수학 모형을 이용한 예상치는 과거 경제변수 간의 상관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란 전제로 한다. 환율이나 국제원자재 가격의 변화 가능성도 반영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정부와 각 경제주체의 능동적 대응을 고려할 수 없다. 이창재 KIEP 부원장은 "이번 분석결과는 다른 모든 요인이 지금까지와 똑같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FTA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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