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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産분리 완화’ 못 이룬 아쉬움 남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호 20면

윤증현(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이 생명보험사 상장의 길을 끝내 뚫었다. 그의 뚝심이 한국금융산업의18년 묵은 숙원을 해결한 것이다. 금감위는 27일 증권선물거래소가 생보사 상장을 위해 마련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상장 차익을 보험가입자에게도 나눠주어야 한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생보사 상장 길 연 윤증현 금감위원장

윤 위원장은 생보사 상장을 ‘보험업계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비유했다. 그는 “한국 금융권에도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려면 생보사 상장 문제가 풀려야 한다”며 이 문제를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소신을 누차 피력해왔다. 그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에게도 맞섰다. 지난해 10월 권 부총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생보사는 상호회사 성격이 있는 혼합회사”라고 하자 윤 위원장은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3일엔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이 “삼성생명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규정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고 몰아붙이자 “감독 당국은 보험시장의 장래를 위해 접근할 뿐”이라고 되받아쳤다.

윤 위원장은 올 7월에 임기가 끝난다. 물러나기 전 시장에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하지만 그에겐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있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의 원칙을 완화하는 게 그것이다. 임기 내내 뜻을 굽히지 않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쉽지만 후배들의 몫으로 남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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