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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샤넬 맛, 홍콩에서 아르마니 향기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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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30면

샤넬의 기본 색깔인 베이지를 레스토랑 이름으로 삼은 ‘베이지 알랭 뒤카스 도쿄’의 내부 모습.

크리스티앙 라크루아가 디자인했다는 브티크 호텔 ‘호텔 디 쁘티 물랭’에서 묶고 싶었던 나의 꿈이 현실이 됐다. 내 롤 모델이자 가장 좋아하는 의상 디자이너다. 여러 가지 색을 과감하게 쓴 호텔은 단번에 그의 의상을 연상시킨다. 방에 들어서자 화려한 벽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러스트와 여러 가지 글씨가 쓰여 있는 벽면은 아이디어 스케치북 같다. 믹스매치의 절정을 보여주는 가구 선택까지 어쩜 이러한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큰맘 먹고 온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다.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의 머릿속을 걷는 듯한 이 느낌!

박소희 리포트-명품호텔

현실이면 얼마나 좋을까. 패션 브랜드의 호텔과 레스토랑 진출에 관련된 자료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7년 전쯤 처음 베르사체 호텔과 페라가모가에서 경영하는 호텔 사업에 접했을 때는 그들의 예외적인 행보가 신선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불가리ㆍ아르마니가 차례로 호텔 사업에 뛰어들고 도쿄에는 알랭 뒤카스와 샤넬이 함께한 레스토랑이, 또 지난해 가을 이탈리아에 돌체 앤 가바나의 레스토랑 오픈 소식이 들려오자 그들의 일탈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졌다.

라이프 스타일 총집합한 호텔

레스토랑과 호텔은 문화ㆍ예술ㆍ엔터테인먼트까지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의 총집합체다. 이안 슈레거나 필립 스탁, 카림 라시드가 디자인한 부티크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여행을 갔을 때 꼭 둘러봐야 할 필수 코스가 됐을 만큼 유명세를 떨친다. 이제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그 영역을 넘보고 있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식기류나 가구, 라이프 스타일 전반의 디자인에 뛰어든 것이 최근 일은 아니다. 베르사체와 아르마니, 불가리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리빙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였다. 이제는 호텔 영역까지 침범(?)했다. 전문화된 호텔 사업가, 유명한 건축 디자이너와 손잡고 최고의 공간을 연출하며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를 과감히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더 섬세하고 더 특별하고 더 럭셔리한 ‘무엇’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그 작업은 충분히 유혹적이다. 특히나 그들의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들에게는 더욱더.

‘베이지 알랭 뒤카스 도쿄’의 의자와 테이블.

2004년 문을 연 샤넬 브티크 10층에 자리하고 있는 레스토랑, ‘베이지 알랭 뒤카스 도쿄’. 샤넬의 대표 소재인 베이지 컬러의 트위드로 섬세하게 제작된 의자에 앉아있으면 칼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샤넬 유니폼을 입은 깔끔한 스태프가 알랭 뒤카스팀의 주방에서 선보이는 예술과 같은 프랑스 음식을 서빙해준다. 서빙하는 사람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마치 샤넬의 컬렉션 같은 음식까지 하나하나가 색다른 경험이 된다. 2006년 가을 밀라노에 오픈한 돌체 앤 가바나의 레스토랑 ‘골드’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골드와 크리스털로 장식된 인테리어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지하와 우아한 분위기로 꾸며진 1층으로 나뉘어 있다. 프라이빗 룸까지 마련되어 있다.

아르마니의 경우는 밀라노에 오래전부터 ‘만조니 31’이라는 건물에 자신의 모든 컬렉션과 아르마니 카사, 카페, 노브와 함께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4월 홍콩에 카페ㆍ바ㆍ레스토랑ㆍ와인 바를 겸비한 공간을 다시 야심차게 선보였다. 모든 공간은 우아하고 깔끔한 아르마니의 스타일로 일관되는 분위기다. 그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두바이에 아르마니 호텔을 열 예정이며 10년 이내에 7개의 럭셔리 호텔과 3개의 리조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일탈은 분명 반가운 뉴스거리다. 패션 브랜드들은 보다 럭셔리하고 차별화된 이미지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그들의 디자인을 더욱 생활 깊숙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 패션의 경계를 넘고 있는 것이다. 아르마니 카페에서 스타일리시한 이들에 둘러싸여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저녁에는 돌체 앤 가바나 레스토랑의 화려한 분위기에서 디너를 즐긴다. 유명 브랜드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향기를 느끼며, 그곳에서의 한 끼 식사 정도를 꿈꾸는 것. 브랜드를 좇는 다소 소비지향적인 생각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한번쯤은 특별하고 색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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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씨는 사람과 사회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감각의 촉수를 뻗어두고 있는 패션ㆍ라이프 스타일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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