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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덕에 일단 안도 중국 물가 새 변수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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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18면

허우적거리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숨 돌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던진 ‘구명 보트’로 몸을 피한 덕분이다.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21일 가진 회의에서 기준금리(현재 5.25%)를 손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추가 긴축’은 없다는 선언과 함께 ‘정책 조정’이란 말로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이다. 앞으로 돈줄을 좀 느슨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미국 주택금융 부실과 일본 엔-캐리 청산 등으로 국제 유동성 흐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잔뜩 긴장했던 투자자들은 안도했고, 각국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도 한결 안정된 행보를 보였다.

이제 관심은 언제 금리인하 조치가 취해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다음 FOMC 회의는 5월9일 열리는데, 여기서 곧바로 시작할 것이란 예상부터, 10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금리를 빨리 내린다고 좋을 것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FRB가 다급하게 금리를 내리면 경제 상황이 그만큼 나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장에 고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경기가 별 충격 없이 부드럽게 둔화(연착륙)하고 여기에 맞춰 금리도 완만하게 내려가길 기대하는 것이다.

일단 FRB의 금리결정과 직접적 상관관계를 갖는 미국의 물가는 안정된 흐름은 보이고 있다. FRB의 운신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태평양 건너 중국의 물가를 걱정하는 시각이 새롭게 대두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물가가 불안해지면 미국의 수입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이는 미국민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중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2.7%까지 높아졌다. 절대적인 수준은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상승률이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로 해석된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임금 상승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노동계약법을 바꿔 노동자들의 임금 교섭권을 강화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렇게 되면 글로벌 물가 안정의 구도가 흐트러질 수 있다. 그 동안 세계적 저(低)인플레의 최대 공로자는 바로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다른 저임금 국가들로 글로벌 생산기지가 확산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들이 중국 정도의 생산성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아무튼 투자자들은 미국의 경기 동향에 이어 중국의 물가까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번 주는 월말을 맞아 국내외의 각종 경기지표가 쏟아진다. 미국에선 26일 주택시장 동향을 가늠케 하는 신규주택 판매 수치가 나오고 27일에는 소비자기대지수가, 그리고 30일에는 개인소득 및 소비지출 지표가 발표된다. 국내에선 29일 산업생산 동향이 나온다. 이들 지표가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시장은 다시 출렁일 수 있다. 시장이 어수선할 땐 느긋하게 한 발짝 떨어져 쉬는 것도 좋은 투자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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