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남북 정상회담 8월 개최 가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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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03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지난 23일 “남북이 8월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5년 6월 17일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2시간 30분간 단독 면담을 했던 정 전 의장은 당시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 등을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정 전 의장은 또 남북 당국이 이르면 5월 경의선 철도의 운행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날 여의도에서 ‘21세기 나라비전연구소’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관계기사 6면>

김정일 제시 조건 다 풀려…경의선 철도 이르면 5월 운행

그는 2005년 당시 김 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김 위원장은 (2차) 남북정상회담(개최)에 대해선 그 당시에 원칙을 세웠다고 본다”며 “다만 국제정세를 고려한다는 단서만 뒀다”고 밝혔다. 국제정세에 대해선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ㆍ13 합의를 통해 테러리스트 문제도 풀기로 해 장애물이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2ㆍ13 합의에는 ‘미국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과정을 시작하고 북한에 대한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과정을 진전시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이 2차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계기와 관련해 정 전 의장은 “우리가 2000년 6ㆍ15 공동선언에서 밝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양보했기 때문”이라며 “(회담장소로) 한반도 어디든 좋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이 정상회담 자체보다 더 어려운 결정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회담은 두 정상이 만나서 몇 가지 합의를 이끌어내면 되지만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게 되면 남한의 발전상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등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회담 장소를 한반도로 넓힌 것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일단 정상회담 자체가 중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판단이 담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경호나 우리 국민들이 환영하는 문제 등의 논란 여지도 줄어든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반도 이외에 ‘제3의 장소’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정 전 의장은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당시 한반도 이외의 ‘제3의 장소’에 대해선 우리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북에 국한되지 않은 다자간 정상회담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 전 의장은 “김 위원장이 회담 조건으로 걸었던 북미 관계의 장애물 제거도 이뤄졌고 장소 문제도 풀렸기 때문에 시기를 결단하는 일만 남았다”며 “9월이면 대선이 3개월 앞으로 임박하게 되니 현재로선 8월이 추진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북핵 폐기에 대해선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해온 것이 향후 북한 주민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의선 철도와 관련, 정 전 의장은 “지난 2∼3월 장관급회담에서 운행 원칙에 합의한 남북 당국이 추가 논의를 거쳐 이르면 5월, 늦어도 6월엔 열차를 움직이기로 했다고 정부 관계자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해 5월 경의선ㆍ동해선 열차 시험 운행에 합의했다가 북한의 일방 통보로 취소했었다. 그는 “시험 운행 이후 북측은 경의선 북측 구간인 판문역∼손하역∼개성역을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들의 통근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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