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현주의 선데이 스타-배기성] ‘캔’ 배기성의 인생극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호 15면

캔의 배기성 

15년 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코너 ‘인생극장’을 기억하는지? 무언가 고민되고 갈등되는 바로 그 순간,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래, 결심했어”를 외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궁금했던 결말이 스펙터클하게 펼쳐진다. 우리 인생도 두 가지 상황을 모두 경험하고 더 나은 쪽을 선택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초겨울 얼음 약수처럼 시원한 목청의 가수 배기성에겐 이런 인생극장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봄이었어요. 그리고 저희 노래 ‘내 생에 봄날’의 인기도 가마솥처럼 절절 끓었던 그때였죠.”

당시 남성 듀오 ‘캔’의 ‘내 생에 봄날’은 각종 음반 차트는 물론,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 1위로 손꼽힐 만큼 국민가요로 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100% 라이브가 가능한 남성듀오 ‘캔’도 월드컵 관련 행사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비행기를 네 번씩 갈아 타고 7개 도시에서 공연한 적도 있어요. 정말 지금 생각하면 몸뚱이 하나로 어떻게 그 많은 스케줄을 다 소화했나 싶을 정도였죠. 그런데 그때 제의가 하나 들어왔죠. 응원단 ‘붉은악마’에서 저희에게 ‘오! 필승코리아’를 불러달라고.”

당시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 울려퍼졌던 바로 그 불후의 명곡 ‘오! 필승코리아’? 언더그라운드 가수 윤도현을 국민가수로 만들어준 바로 그 ‘오! 필승코리아’?

“바로 그 ‘오! 필승코리아’요. 그때는 우리나라가 4강에 오르리란 꿈도 못 꾸었죠. 16강이 목표였으니까요. 그리고 응원가를 부르면 막 인기반열에 올라선 저희 노래 ‘내 생에 봄날은’을 접어야 했거든요.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결국 저희 노래를 선택하게 된 것이죠.”

만일 ‘인생극장’처럼 두 가지 경우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글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은 해봅니다. 그때 만일 ‘캔’이 ‘월드컵 응원가를 불렀으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어떤 결정이든 제 선택에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의 최선이란 말 한마디에 앞으로 고민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다. 매순간 ‘후회’를 습관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떤 선택이든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 또 반성. 방송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