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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의 초상’이 세계를 바꾼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호 10면

<가상장면>
2020년 어느 날 미국 CNN 뉴스

1조 달러 넘는 외환보유액 발판 … 미국 견제 뿌리쳐야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습니다. 기준금리를 4.5%에서 4%로 0.5%포인트 내렸습니다. 중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양상을 보인 데 따른 것입니다. 이날 금리인하로 세계 금융중심인 상하이ㆍ홍콩뿐 아니라 뉴욕ㆍ런던 주가가 오르고, 미국ㆍ유럽이 금리변경 움직임을….”

새로운 경제ㆍ금융 질서가 싹트고 있다. 중국 경제의 힘에 기대 세계가 살아가는 그런 질서 말이다. 실제 그날이 오면, 세계 상거래 절반 이상이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이 새겨진 위안(元)화로 결제될 것이다. 당연히 글로벌 경제 뉴스의 중심은 베이징ㆍ상하이ㆍ홍콩이 된다. 가상장면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는 “과거 원제국 화폐인 교초(交金少) 위력의 부활과 비슷하다”고 영국 정경대학(LSE)의 팰커스 교수는 말한다. 원이 정복전쟁으로 축적한 금ㆍ은ㆍ소금을 바탕으로 발행한 교초는 ‘그 시절의 달러’였다. 600여 년이 흐른 지금 옛 제국의 영화가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과거엔 경제력의 원천이 무력으로 조달한 금ㆍ은이었지만, 지금은 산업을 바탕으로 한 무역흑자라는 게 다를 뿐이다.

중국의 무역흑자는 지난해 1775억 달러. 올 1월엔 159억 달러, 2월 237억 달러. 이대로라면 올해는 20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을 태세다. 달러 가치가 과거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 경제가 한창이던 1920년대 무역흑자 규모는 연간 5억~30억 달러 선이었다. ‘지는 태양’ 영국은 “양키가 세계 이윤을 아이스크림 핥아먹듯 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80년대 일본 무역흑자는 연간 500억~830억 달러. 이때 미국에선 “일본이 미국을 사들인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7960억 달러)보다 많은 1조700억 달러에 이른 요즘 미국에선 “중국이 세계를 바꾼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중국이 세계를 바꾸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가장 먼저 손댄 곳은 아프리카. 원유 개발과 도로 확충에 자금을 쏟고 있다. 남미도 중국 자본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 질서에 대한 반항아 차베스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원유를 중국이 대거 사준다. 이 때문에 미국이 원유금수 조치를 내리더라도 앞으론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변방만 노리는 게 아니다. 중국은 서구체제의 핵심인 글로벌 금융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투자공사를 세워 외환보유액 가운데 일부를 세계 금융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운용한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10%만 풀어 한국 국채 매집에 나서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이 부드럽게 움직여도 세계의 자산가격은 급변할 수 있다. 중국이 금을 매입 또는 매도하면 한국·일본의 중앙은행뿐 아니라 각종 펀드가 무리 지어 따라가게 마련이다. 독야청청하다 수익을 놓치거나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속성인 ‘떼거지(Herding) 현상’이 중국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이 내적으론 취약한 금융시스템을, 외적으론 미국의 견제를 극복하면서 세계 경제의 패권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지, 세계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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