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운전자 되는 건 한순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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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12면

자동차가 3100여 대뿐인 울릉도에 10년 만에 뺑소니 사고가 발생해 섬이 뒤숭숭하다고 한다. 사실 선량한 시민이 생각지도 않게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다. 그러나 사망사고가 아니고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정한 음주운전ㆍ횡단보도 사고 등이 아니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위의 조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뺑소니 운전자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판례는 사고로 피해자가 죽거나 다친 사실을 운전자가 알면서도 구호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이탈해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뺑소니로 본다.

A씨는 승용차를 운전하다 초등학생의 팔을 들이받았다. 도로에 넘어진 학생은 금방 일어나 혼자 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A씨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B씨는 교통사고를 낸 뒤 택시를 잡아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경찰관이 온 후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B씨는 급한 일이 있어 피해자와 같은 차를 타고 있던 사람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고 사고 현장을 떠났다. 그 뒤 피해자는 택시를 타고 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받았다. C씨는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러나 조사 경찰관에게 자신이 사고 운전자가 아니라 목격자라고 거짓 진술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모두 뺑소니에 해당한다.

D씨는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겼다. 피해자가 X레이 촬영을 위해 진료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접수 창구로 가서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사고 일시ㆍ장소를 알려줬다. 그러나 자신의 인적사항은 알려주지 않고 차량번호만 알려주고 접수를 마친 다음 병원을 떠났다. 경찰에 사고 신고는 하지 않았다. E씨는 경미한 추돌사고를 냈고 피해차량은 뒷범퍼가 약간 부서졌다. 피해자는 차에서 내려 허리가 아프다고 말했으나 “많이 아프지는 않고 범퍼만 고쳐달라”면서 E씨 차량의 번호를 적었다. E씨는 피해자에게 “나중에 이상이 있으면 전화하라”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D·E씨의 두 가지 사례는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했거나 피해자에게 상해가 없었다는 이유로 판례가 뺑소니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뺑소니에 대한 판례는 혼란스럽다.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조사와 재판과정이 괴롭기 짝이 없다. 따라서 교통사고 운전자가 뺑소니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고가 나면 일단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피해가 가벼워 병원에 갈 필요가 없으면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려줘야 한다. 피해자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연락처만 알려준 경우 피해자가 나중에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면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피해자의 부상이 심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하면 피해자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사고현장을 떠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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