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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 피플] 노영인 동양시멘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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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동양시멘트 노영인(盧永仁.58)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 출근하자마자 두 외국인 임원이 쓰던 20층의 널찍한 집무실을 둘러봤다.

프랑스의 세계 최대 건자재 회사인 라파즈가 동양시멘트 지분을 되팔고 라파즈 쪽 임원들을 전날 철수시키는 바람에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盧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숱한 회사가 자금난으로 외국 자본에 인수됐지만 우리처럼 판 지분을 2년 만에 되찾은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양메이저는 2001년 11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자회사 LH홀딩스에 동양시멘트 지분 25%를 1천3백75억원에 팔아 자금 압박을 면했다.

외환위기 이후 찾아든 경영난으로 독자 회생이 쉽지 않던 터였다. 그래서 라파즈한라와 아예 합병하는 방안도 꾸준히 검토돼 왔다.

하지만 2년 만인 이달 초 이 지분을 1천6백43억원을 주고 다시 찾아왔다. 흡수합병도 일단 없던 일이 됐다. 올 10월 말까지 순이익 7백23억원을 기록하는 등 독자 생존의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혹독한 구조조정과 수출 드라이브 전략이 주효한 것 같아요. 때마침 찾아든 건설경기도 도움이 됐지요."

盧사장은 1998년 동양시멘트 대표로 취임한 뒤 임원 수를 23명에서 9명으로 대폭 줄였다. 사옥.공장 등 알짜 부동산을 과감히 팔아 회사의 현금 흐름도 개선했다.

시멘트는 무겁고 값싼 제품(40kg들이 시멘트 한 부대가 자장면 한 그릇 값과 비슷한 3천2백원 정도)이라 수출하기 적합지 않다는 통념을 깬 것도 그다. 강원도 삼척공장이 해변에 자리잡아 수출 물류비가 덜 든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미국 등지에 지난 수년간 한 해 1백만t 이상을 꾸준히 수출해왔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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