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대통령 암살 모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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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14일 불과 30초 차이로 암살을 모면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15분쯤(현지시간) 무샤라프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행렬이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5㎞ 떨어진 라발핀디로 가기 위해 다리를 통과한 직후 폭발이 발생했다.

차우드라이 내무장관은 "대통령이 다리에 진입했을 때 폭탄 도화선이 타들어 가고 있었을 것"이라며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이날 남부 신드주(州)를 방문한 뒤 라발핀디로 향하던 중이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국영 PTV에 출연해 "차클랄라 공군기지를 방문하고 라발핀디로 돌아가던 길에 다리를 지나자 30초 정도 뒤 큰 폭발이 있었다. 다리를 파손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으며 차 안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명백한 테러행위이며 표적은 나였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군과 경찰은 사건 직후 문제의 다리를 봉쇄한 채 폭발물 종류와 사건 배후를 캐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경찰은 비상경계상태에 돌입했으며 관련자 7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파키스탄 내무부 관리들이 밝혔다.

관측통들은 향후 수사방향이 정권 내부를 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밀사항인 무샤라프 대통령의 일정이 정권 내부 인사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파키스탄 정보국 인사는 "대통령 최측근밖에 알 수 없는 대통령 일정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것은 이번 사건에 정권 내부 인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폭발 장소 역시 '내부 연루'의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폭발이 발생한 문제의 교량은 파키스탄 육군 11군단 사령부에서 불과 4백5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평소 안전지대로 간주돼온 장소였다. 평소 무샤라프 대통령은 차량 이동 중 여타 차량의 통행을 엄격히 통제한 것은 물론 도로 주변에 1백~2백m 간격으로 경찰력을 밀집 배치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암살 시도 배후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있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정권 축출을 지지, 파키스탄 내 이슬람 극단세력의 반발을 사왔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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