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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수록 더 끌리는 여인, 토스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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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여행을 많이 다녀도 정이 더 드는 곳이 있다. 여행에서 돌아와도 고향처럼 자꾸 생각나는 곳이 있다. 나에게는 토스카나가 그렇다. 깊은 맛의 와인이 있고, 100년 전 작곡가 푸치니의 발자취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땅. 와인 산지를 중심으로 토스카나의 매력을 엿볼 수 있게 나의 내밀한 여행기록을 풀어봤다. 글ㆍ사진 이창주((주)빈체로 대표)

높은 언덕에 위치해 하늘도시 같은 몬탈치노 마을.


유럽 남부에는 유럽의 모습을 대표하는 세 곳이 있다. 포도주가 넘실대고, 먹거리도 풍부하고, 그러면서 문화와 역사가 녹아있는 그런 곳 말이다.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지방, 프랑스 남동쪽의 프로방스, 이탈리아 북서쪽의 토스카나. 각기 세 나라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각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는 곳.

바이에른 지방은 잘 정돈된 듯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녔고, 프로방스 지역은 현란한 색채를 가지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여인으로 비유하자면 첫눈에 반할 만한 미모의 여인이라고나 할까. 이에 비해 토스카나는 마음으로 느껴지는 진중한 매력을 지닌 곳이라 첫눈에 반하기보다는 만날수록 더욱 정감을 갖게 하는 그런 여인의 모습이다. 토스카나 지역은 이탈리아 국민들조차 마음의 고향으로 여긴다. 주도는 피렌체이며 피렌체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는 세계적인 관광지역이다. 따라서 피렌체는 굳이 언급하지 말고, 그 외의 작지만 꼭 가봐야 할 토스카나 지역의 도시들로 발길을 돌려보자.

2. 그레베의 마을 광장 ‘피아차 지아코모 마테오티’. 3.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자랑하는 산지미냐노의 아이스크림집. 4. 산지미냐노의 골목 풍경.

토스카나에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구릉이 철에 따라 초록ㆍ황금색ㆍ갈색으로 변하고, 아침ㆍ점심ㆍ저녁이 또 다른 풍광을 만들어낸다. 햇볕이 따가운 여름날, 시골 길가 카페의 양산 밑에 들어서면 열기가 금방 반으로 줄어들 정도로 습도는 높지 않고 쾌적하다. 잘 절인 올리브 몇 알을 안주로 삼아 이름도 모르는 텁텁한 와인 두서너 잔을 마시면 몸도 마음도 늘어져 더 이상 새로운 곳을 찾기도 싫다. 시곗바늘은 이곳에서만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다. 그렇게 천천히 돌아가는 시곗바늘처럼 우리의 토스카나 여행은 시작됐다.

와인의 보고, 토스카나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ㆍ몬탈치노(Montalcino)ㆍ볼게리(Bolgheri).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봤을 이름이다. 이들은 토스카나에서도 와인으로 유명한 지역을 말한다. 키안티 와인은 대략 피사ㆍ피렌체ㆍ시에나를 잇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이른다. 그중에서도 전통이 있는 중심 지역을 키안티 클라시코라고 부른다. 피렌체와 시에나 사이 정도의 지역을 이르며 여기에만 약 600개의 와인 생산업자가 있다. 그중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곳은 250곳. 그레베(Greve)ㆍ가이올레(Gaiole)ㆍ랏다(Radda)ㆍ볼파이아(Volpaia)ㆍ카스텔리나(Castellina) 등이 주요 마을이며 각 마을을 잇는 길도 경치가 좋다. 각 마을마다 9~10월에는 와인 축제가 열린다. 그레베의 에노테카(와인가게)인 레 칸티네(Le Cantine)는 다양한 와인과 이와 관련한 제품이 풍성하게 많기로 유명하다. 또 같은 주인이 운영하는 약 300년 전통의 식품점 마첼레리아 팔로르니(Macelleria Falorni)는 그레베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에서도 알아주는 명소다. 원래는 푸줏간이었으나 지금은 살라미ㆍ햄ㆍ정육 외에도 허브ㆍ올리브유ㆍ와인 등 지역 특산품을 팔고 있다.

몬탈치노 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피에몬테(Piemonte)주 바롤로(Barolo)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의 쌍벽을 이루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의 본고장이다. 필자도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고, 토스카나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이다. 우선 이 마을은 광활한 구릉지 가운데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해 마치 하늘도시 같은 느낌이다. 어떤 때는 구름이 도시 아래 펼쳐지는 장관을 경험하기도 한다. 7월 말에는 몬탈치노 재즈 페스티벌이 열려 최고급 와인을 잔에 기울이며 유럽 최고의 재즈음악을 듣는 호사를 부릴 수도 있다. 몬탈치노를 중심으로 약 200개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생산자가 있다. 브루넬로 생산자 협회(www.consorziobrunellodimontalcino.it)를 통하거나 개별 농원에 사전 예약하면 관심 있는 포도밭을 직접 가볼 수도 있다.

토스카나 서쪽 바닷가 마렘마의 작은 마을인 볼게리 마을은 토스카나 와인 산지 중 최근에 급부상한 곳이다. 사씨카이아(Sassicaia)ㆍ마쎄토(Masseto)ㆍ오르넬라이아(Ornellaia) 등 고급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토양이 보르도와 비슷해 전통적인 산조베제(Sangiovese) 품종보다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등 프랑스형 품종 재배가 늘고 있다. 1번 국도 비아 아우렐리아(Via Aurelia)에서 내륙으로 꺾어진 뒤, 산 귀도(San Guido)에서 볼게리 성까지 5㎞를 일직선으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비알레 데이 치프레씨(Viale dei cipressi) 가로수 길은 유명한 관광명소이자 CF 촬영장소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한 항공사 CF도 이곳에서 찍었다.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명소들

푸치니 음악의 마을 ‘토레델라고(Torre del Lago)’는 이탈리아 서북해안가 마을로 피사에서 북쪽으로 25㎞에 있는 마을이다. 푸치니가 태어난 곳이며 그 유명한 푸치니 페스티벌이 매년 7월에 열린다. 이때 말고는 마을이 썰렁하지만 그래도 푸치니를 좋아하는 음악애호가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하다. 그 옆에는 휴양지인 비아레조(Viareggio)가 위치해 맛있는 해산물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편히 쉴 수도 있다. 푸치니가 자주 들렀다던 카페와 식당도 만날 수 있다.

중세의 맨해튼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돌탑이 많은 도시인 산지미냐노(San Gimignano)도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언덕에 위치해 수㎞ 밖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도시다. 토스카나 지방 도시 중에서도 12, 13 세기의 풍요로움이 남아있어 가장 토스카나다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소박한 가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아무 곳에나 카메라를 들이대도 예술작품이 될 만큼 도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또 시에나(Siena)는 토스카나의 주도 피렌체와 함께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도시다. 산지미냐노보다는 크고 피렌체보다는 작은 도시로 중세 이탈리아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다. 지금도 매년 여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통인 말타기 대회가 열린다. 캄포 광장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유명한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두오모 성당이 있으며 중세 르네상스 예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여러 색의 대리석과 화려한 장식들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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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주씨는 클래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무대를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는 문화집단 ‘(주)빈체로’ 대표로 와인과 여행과 인생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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