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공공노조 파업주도 마티스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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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4월27일부터 5월7일까지 11일간 구 서독지역의 칠도·대중교통·항공·우편·의료 등 거의 모든 공공서비스분야를 마비시키다시피 했던 독일공공기관 노조의 파업 때 독일국민들은 숨을 죽인 채 한 여성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다. 독일정부와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이 파업의 계속, 또는 종료의 여부가 그녀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었다.
모니카 불프 마티스 독일 공공기관 노조위원장(50), 그가 바로 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결국 자신의 주장대로 5·4%임금인상안을 관철, 정부의 무릎을 끓게 한 불프 마티스 위원장은 독일판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대처 전 영국총리가 노조를 굴복시킨 철의 여인이라면 그는 거꾸로 정부를 굴복시킨 철의 여인이다. 주위로부터 「냉혈녀」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그는 그러나 스스로를 현대적 여성 노조지도자의 전형으로 평가한다. 남녀불평 등에서 해방됐고 달변인데다, 지성미를 갖췄으며 정력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에서 독문학과 역사·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초년대 사민당 정권시절 경제부 공보실 근무를 시작으로 총리실 사회정책과장 등을 역임한 뒤 76년 공공기관노조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어 82년에 여성최초의 공공기관 노조위원장에 선출된 뒤 86년 재선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번 임금 협상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그는 오는 6월의 공공기관노조 총회에서 3기연임 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임금협상이 타결되자마자 많은 노조원들이 이에 불만을 표시했고, 실제로 13일 끝난 노조원직접투표에서 이번 협상결과가 파업종결에 필요한 50%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그녀의 3선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월급 1만3천 마르크(약6백10만원)를 받는 그녀는 노조사무실이 있는 독일남부 슈투트가르트 근교의 벰플링겐이란 한적한 마을의 수영장이 딸린 고급주택에서 천체물리학자인 남편 카르스텐과 살고있으며 슬하에 자녀는 없다. 【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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