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조합형」 개정안 마련 계기(컴퓨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글표준코드 논쟁 재연/완성형이냐 조합형이냐/일상 글자 95% 커버해 실용적 완성형/자연의 음포함 모든 글자 표현 조합형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의 영원한 숙제라 할 수 있는 한글표준코드 문제에서 최근 또다시 논쟁의 불이 붙었다. 이는 문화부가 지난 3월30일 조합형 개정안을 마련한후 가열됐다.
컴퓨터 자체가 영어문화권에서 나온 산물이기 때문에 한글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컴퓨터 사용자들은 보다 쉽고 불편없이 한글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한글표준코드는 완성형이다. 지난 87년 공업진흥청이 KS한글코드로 「KSC­5601­1987」을 발표하면서 이전에 조합형·완성형으로 논란을 빚었던 한글처리문제가 완성형으로 가닥을 잡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완성형 코드는 국가행정 전산망용 코드로 채택돼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한국통신에 의해 교육용 PC의 표준이 되는등 국내 대부분의 PC에 필수적인 한글코드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완성형이 국가표준코드로 결정됐으나 한글코드체계가 바뀜에 따라 완성형 코드를 또다시 적용해야 하는 2중적 부담에서부터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한글 전부를 사용할 수 없다는 궁극적인 문제까지 제기되는등 많은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불만을 야기시켰다.
그래서 조합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일반 사용자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나름대로 보다 좋은 조합형 코드 개발을 위해 노력,지금까지 완성형과 동등하게 구현되는 한글코드로 인정받게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 PC의 한글코드체계는 국가표준코드가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두가지 방식의 코드를 모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이런 가운데 문화부가 조합형 코드로의 개정안을 독자적으로 마련,완성형 표준코드에 반기를 들면서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한글코드 문제를 또다시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한글전산화 연구단체들의 연합인 한글코드개정추진협의회(대표 안대혁)도 지난 1년여동안 KS코드의 개정서명을 5천여명으로부터 받은데 이어 지난달 정기총회를 개최,조합형으로 개정할 것을 정부측에 강력히 요구키로 결의했다.
한글카드전문업체인 옴니테크의 부설연구소장 유제근박사(35)는 이에 대해 『양쪽의 주장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면서 『현재 보급되는 PC의 대부분이 두 코드를 모두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한글코드 표준을 백년지대계로 판단해 모두 인정하는 방식으로 확정된다면 업계는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컴퓨터업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완성형코드와 조합형코드 두가지방식을 사용해왔다.
완성형과 조합형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어 컴퓨터사용자들은 자주 PC의 호환성뿐만 아니라 한글의 호환성까지 신경써야 할 입장이다.
◇완성형 한글코드=2바이트(1Byte는 8Bit)를 이용해 한글의 음절 1만1천1백72자중 주로 사용되는 2천3백50자와 한자 4천8백88자,알파벳을 포함한 특수문자 9백86자를 코드화해 처리하는 방식.
2바이트 각각의 최상위 비트인 7번과 15번 비트는 한글을 뜻하는 「1」을 부여하고 나머지 비트는 음절의 고유코드를 기억시킨다.
지난해 기억용량 확장방식을 통해 1천9백30자의 음절을 추가로 늘렸다.
컴퓨터의 국제규약 ISO에 위배되지 않는데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한글의 95%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기억용량을 차지하지 않아 실용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국가표준코드로 지정된 이후 컴퓨터업계의 제품들이 완성형 코드를 지원했기 때문에 응용 소프트웨어가 많다.
그러나 한글코드개정추진협의 안대표(29·삼보컴퓨터 연구원)는 『표현할 수 없는 한글이 많은데다 한글의 특성인 자소의 조합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어학 연구분야뿐 아니라 인공지능등 첨단분야에서부터 일반사용자들까지 한글사용을 제약받는 문제가 있다』면서 조합형 개정을 촉구했다.
◇조합형 코드=2바이트를 이용해 단자음·쌍자음·복자음등 자음 30개와 단모음·복모음 21개를 각각 코드화시키는 방식. 15번 비트는 한글을 뜻하는 「1」을 부여하고,나머지 비트는 초성·중성·종성등 3개 구역으로 나눠 각 자소의 고유코드를 기억시킨다.
자연의 음을 포함해 모든 글자를 표현할 수 있고 한글창제의 원리인 자소의 구분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국제코드체계에 맞지 않아 통신용으로 사용하기에 불편하고 필요없는 글자들이 메모리의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단점이 있다.
현재 완성형 표준코드의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표준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통신용은 정부의 규격이 있어야 하므로 이에 적합한 완성형으로 결정됐다』며 문화부의 조합형 개정에 반대하면서도 『통신이외의 한글사용은 2개의 코드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사용자들의 요구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원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