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글로벌 신용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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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3세대 휴대전화 단말기로 세계 어디서나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할 수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유럽이동통신(GSM) 방식의 사업자 모임인 GSM협회와 한국의 KTF가 주도하는 '국제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에 세계적인 이동통신업체가 속속 참여하고 있다. 국제 모바일 결제프로젝트는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3GSM 국제회의'에서 KTF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차로 KTF를 비롯해 미국 1위의 이동통신회사인 싱귤러, 일본의 NTT도코모 등 14개 이동통신사가 참여했고 26일엔 SK텔레콤과 영국의 보다폰, 싱가포르의 싱텔 등 10개 이동통신사와 세계 1위의 단말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합류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제안한 KTF는 10월 한국에서 각국 이동통신사 대표를 초청해 신용카드 정보를 휴대전화의 개인식별카드(USIM)에 저장해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하는 서비스를 시연한다. 물론 해외에서도 이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다. 단말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공급한다. 그럼 휴대전화 단말기로 어떻게 해외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을까. 우선 3세대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이 1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될 예정이어서 그만큼 휴대전화 결제시장이 커진다. 세계 주요 도시에선 얼마든지 결제가 가능해진다. 기술적으론 단말기 내부에 반도체칩이 달린 USIM 카드가 들어가 있어 개인 신용정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2세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를 통한 신용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휴대전화 단말기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KTF 오병기 글로벌전략팀장은 "국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플라스틱 신용카드 대신 휴대전화만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안전한 결제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서비스가 확산하려면 휴대전화 단말기 안에 있는 신용카드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장치가 신용카드 가맹점에 보급돼야 한다.

한편 GSM협회와 국제 모바일 결제 참여 뜻을 밝힌 24개 이동통신사는 11월 마카오에서 열리는 '3GSM 아시아 회의'에서 모바일 결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GSM협회는 내년 중 국제 모바일 결제의 상용 서비스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23~24일 한국을 방문해 조영주 KTF 사장과 모바일 결제 사업을 협의했던 로버트 콘웨이 GSM 협회 대표는 "주요 국가의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가 동참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번 프로젝트와 별도로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업체인 비자인터내셔널과 제휴해 해외에서 휴대전화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

김원배 기자

◆개인식별카드(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약자. 휴대전화 단말기 속에 들어가는 카드로 작은 반도체칩이 내장돼 있어 가입자 정보나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국제 모바일 결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동통신사

▶1차:KTF(한국), 싱귤러(미국), 차이나모바일(중국), NTT도코모(일본), 텔레노어(노르웨이), MTN(남아프리카공화국), 텔리아소네라(스웨덴), 텔레콤이탈리아(이탈리아), MCI(이란), 로저스와이어리스(캐나다), 투르크셀(터키), 스마트커뮤니케이션스(필리핀), 빔펠콤(러시아), KALL(덴마크령 페로 제도)

▶2차:SK텔레콤(한국), 보다폰(영국), 오렌지(프랑스), 싱텔(싱가포르), KPN(네덜란드), 윈드(이탈리아), O2(영국), 모빌콤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SFR(프랑스), 맥시스(말레이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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