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가속… 「수요자시장」으로 전환(경제·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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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부동산 시장도 “바겐세일시대”/아파트 미분양 늘자 납부조건 완화/상가 안팔려 입찰대신 추첨 분양/“올 땅값 사상 첫 하락” 조심스런 전망도
○…불과 2∼3년전만 해도 전형적인 「공급자시장」의 양상을 보였던 부동산시장이 「수요자시장」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토지를 비롯,주택·상가·사무실 등 없어서 못팔던 시대가 마감되고 물건을 내놓아도 살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는 새로운 시장구조가 굳어져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건설업체·빌딩건축업자와 돈이 급히 필요한 땅임자 등 다급해진 공급자들마다 잇따라 「바겐세일」에 나서며 가격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나타난 각종 현상과 향후전망 등을 알아본다.
○…가장 큰 관심가운데 하나는 땅값이 올해 사상 첫 하락세를 기록케될 것인지 여부.
주기적으로 상승·하락세가 되풀이돼온 주택·상가 등과는 달리 땅값 만큼은 지금까지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전국 평균기준).
건설부가 지난 75년 따라 지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가장 낮았던 상승률(연간)은 지난 82년의 5.4%.
지난해까지 17년동안 81∼82년,85∼86년의 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자리 수의 상승률을 보였었고 3년전인 89년만 해도 한햇동안 32%나 치솟았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12.8%의 상승률을 보였던 땅값은 그러나 올들어 지난 1·4분기동안 불과 0.4%가 오르는데 그쳤다.
지역별로는 특히 서울 강남 등 5개 구를 비롯,전국 21개 시·군·구에서 오히려 땅값이 떨어졌다.
이와 관련,건설부는 최근의 변동률추이를 바탕으로 『올해 땅값이 5% 정도 떨어질 것』이라는 내부분석을 하고 있다.
요인별로 볼때에도 고속전철건설에 따른 역세권개발,남북관계개선 등 일부 상승요인은 있으나 토지공개념의 본격시행 등 각종 투기억제시책 및 택지개발 등 공급확대로 하락요인이 많다는 분석이다.
『땅값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무너져 내릴 가능성이 과거 어느때보다도 높은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한편 주택시장의 경우에는 더욱 뚜렷한 하락세가 점쳐지고 있다.
최각규부총리를 비롯,건설부·국토개발연구원 등이 최근 잇따라 밝혔듯 정부는 『앞으로 최소한 2∼3년동안,적어도 20∼30%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자신있게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하락폭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하락추세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가 꼽고있는 향후 최대의 변수는 올해말 치러질 대통령선거.
올해는 일단 하락세가 계속된뒤 내년 이후에는 선거가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고떨이」를 위한 판촉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상가의 경우 올들어 분양률이 20∼30%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수요자에게 분양해온 기존의입찰방식대신 추첨분양방식이 크게 늘고 있다.
공급업체가 미리 분양가격을 정한뒤 신청자 가운데 공개추첨을 통해 분양하는 이 방식은 수익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분양률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
올들어 태영·청구 등이 이 방식으로 고양과 신도시 상가를 분양한데 이어 삼성·우성·롯데·공영토건 등도 이 방식을 도입했거나 추진중이다.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아파트가 발생한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계약금인하,중도금납부연기,구입자금융자알선 등이 잇따르고 있고 연립주택·오피스텔 등은 분양가자체를 깍아주기도 하고 있다.
○…수도권·대도시일수록 집값의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은행이 39개 도시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년동안 과천이 평균 14.5%가 하락,조사대상도시중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부산(11.3%) 성남(10.6%) 서울 강남지역(10.5%) 등이 두자리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반면 강원·경남·제주지역은 평균적으로 볼때 소폭의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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