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울린 도요타의 비결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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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도요타자동차가 1분기 세계 시장에서 234만8000대를 팔아 GM(226만대)을 추월한 데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강력한 경쟁력이 발동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이라 불리는 독특한 생산 시스템은 현장 작업자의 자발적인 비용절감과 가이젠(개선)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 도요타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히는 것은 '작업자의 충성심(로열티)'이다. 스스로 업무 방식을 개선해 비용을 줄이는 데는 충성심이 근본이라는 게 도요타 경영진의 신념이다. 그래서 TPS는 도요타의 유전자(DNA)라고 불린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경쟁력이다.

◆창업일가의 구심력= 1937년 창업한 도요타는 70년 동안 경영진 교체에 잡음이 없었다. 50년 부도 위기 때 창업 일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금융권에 내줬다. 그래서 도요타 일가의 지분은 2.5%에 불과하다. 사실상 오너 기업이 아닌데도 도요타 일가는 창업 4세까지 줄곧 경영에 참여하면서 구심점이 됐다. 아울러 전문경영인과 교대로 사장을 맡으면서 독특한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일본 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로 꼽힌다. 나고야 주쿄(中京)대학의 전우석 교수는 "도요타의 지배구조는 인간존중과 협력업체 상생 철학으로 이어져 노사화합의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비용절감 어떻게= 도요타는 93년 이후 10년 동안 작업자의 가이젠 활동으로 연간 1조원 비용을 절감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와타나베 가츠아키(渡邊捿昭.65) 도요타 사장은 2004년 구매 담당 부사장을 맡았다. 당시 비용절감 사례를 이렇게 소개했다.

"도요타가 생산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10종이 넘고 연간 판매대수가 100만대에 달한다. 그런데 차종별로 좌석 네 곳에 달린 손잡이가 모두 다르다. 연구소와 협력업체가 공동 연구에 나서 이를 하나로 통일했더니 전보다 생산비를 60% 절감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GM의 비용절감은 주로 부품 공유와 경쟁입찰로 이뤄진다. 가장 낮은 금액을 써내는 부품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전적으로 부품업체 혼자 단가를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불량도 나오고 품질이 떨어질 소지도 있다. 도요타는 한 번 거래한 부품업체는 수십년 관계를 지속한다. 협력업체의 경영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내정 간섭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도요타의 경쟁력은 협력업체와 지속적인 공동 연구를 통해 나왔다.

◆권토중래하는 GM= 미국 이외 시장에선 확실하게 살아나는 조짐이다. 2002년 인수한 GM대우가 효자 노릇을 한 덕분이다. 약세였던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지난해 GM대우가 수출한 아베오(칼로스)가 3위에 올랐다. GM의 중국 계열사인 상하이GM은 지난해 중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GM대우가 중국에 현지조립방식(CKD)으로 수출한 젠트라.뷰익 엑셀르(라세티) 등이 상하이GM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이었다.

자동차 평론가인 황순하(GE코리아 전무)씨는 "GM은 미국 시장에서만 부진하지 유럽.중국 등에선 도요타를 앞선다"며 "GM이 신흥시장 전략 차종으로 GM대우에서 소형차종을 싸게 개발해 투입하면 만만찮은 반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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