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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집력 없는 교민사회(미국속의 한인들: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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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돈벌이에만 매달리는 코리안/낮에만 장사 주거는 타지역 분산/한인회 수년째 와해 지도력 상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4·29 흑인폭동」과 한인타운의 집중적 피해를 계기로 한인사회에는 「코리아타운」의 성격과 한인들의 지금까지의 행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자성은 이번 폭동기간중 왜 한인타운이 가장 많은 손해를 보게됐느냐는 원인규명과 나아가 앞으로 한인타운과 한인교민사회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이냐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지역은 올림픽가를 중심으로 한 버몬트·웨스턴·피코·윌셔가 등 4개 도로로 둘러싸인 4각지대다.
미 연방인구 조사국이 발표한 90년 인구조사 자료는 이 지역내 전체인구 3만9천93명 가운데 한인은 19.2%인 7천5백18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일대 한인 전체인구 50만명에 비하면 1.5%만이 코리아타운에 살고 있는 셈이다.
같은지역에 사는 중남미계는 2만5천26명으로 전체 거주자의 64%를 차지,코리아타운은 명목뿐인 셈이다.
코리아타운은 한인의 상업중심지에 불과,낮에만 일하고 밤이 되면 중남미계 타운으로 변한다.
이것이 이번 폭동에서 한인들이 큰 피해를 본 이유중 하나다.
한인들은 이처럼 분산된 주거형태와 결집력 부족으로 방범·방위체제 구축이 어렵고 자체 방범체제를 만든다 해도 규모가 작아 이번 같은 대규모 폭동·약탈에는 속수무책이다.
따라서 한인사회에서는 폭동후 현재의 코리아타운을 옮겨 한인 집중 거주·상업지역으로 새로 건설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인들의 이같은 상업·거주의 2원화는 기본적으로 「돈만 벌면 된다」는 금력만능주의 의식과 돈벌이를 위해서는 위험이나 비난을 감수하는 기질에서 나오고 있다.
한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심지어 가정문제까지 다음 순위로 미룰 정도여서 「일벌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같은 근면성은 한인들의 성공의 밑거름이 되고 있으나 반면 주변 타인종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져 인종충돌의 근본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벌레 코리안」은 또 일에 몰두하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돌볼 틈이 없어 정신질환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동양계 정신질환자중 40%가 한인이라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같은 한인사회의 지리적 불리와 성격적 비정상을 지도해 나가야 할 한인단체들은 자체분열로 지도력을 상실,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수년째 와해상태에 있고 이같은 구심력·지도력 부재가 이번 폭동에서 신속히 대처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와 비슷한 성격의 「차이나타운 서비스센터」나 「리틀도쿄 서비스센터」의 경우 집약적인 자체운영 프로그램으로 로스앤젤레스시로부터 각각 연 4백만달러,5백만달러씩의 활동자금을 지원받고 있으나 한인회는 시로부터 한푼의 지원금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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