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씩 더 나아갑시다”/7차 서울 남북총리회담장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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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차례 막후접촉 갖고 사전절충/북 기자들,LA 흑인폭동 따른 미 인권정책 비난
7차 남북 고위급 회담을 위해 북한대표단이 5일 입경한 후 남북 양측은 막후절충을 벌이는 등 회담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본 회담에 앞서 이동복 우리측 대변인은 이날 9시35분쯤 기자실에 들러 북측 대표단 일행이 서울에 도착한 이후의 경과를 설명.
이 대변인은 『5일 오후 3시부터 2시간동안,6일 새벽 1시부터 2시간동안 모두 두차례에 걸쳐 남북 대표 접촉을 가졌다』고 밝히고 『접촉결과 특부 순회대사와 안병수대변인이 각각 참석.
이 대변인은 이어 『북측 대표들이 청와대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부인하고,『북측이 IAEA에 핵사찰 목록을 제시했는데도 상호사찰을 계속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우리입장에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강조.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의 6일 첫째날 회의는 남북총리가 어린이날(5일)과 평양­개성간 고속도로 완공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
정원식총리는 『첫날 주무시는데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까』라며 안부인사를 꺼냈고 연형묵총리는 『정 총리와 이곳의 봉사일꾼들이 잘돌봐줘서 무고하게 하룻밤을 보냈다』고 화답.
정 총리는 특히 『남북합의서만 만들어 놓고 더 이상 실천기구 등의 이행을 하지않으면 실천의지를 의심받게 된다는 여론이 있다』고 말하자 연 총리는 『이러한 우려를 풀기 위해 오늘 회담을 잘해봅시다』며 가볍게 응수.
○…5일 저녁 정원식총리 주최의 롯데호텔 만찬은 그동안 양측 참석자들이 수차례에 걸친 회담등 남북접촉을 통해 얼굴을 익힌 때문인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진행.
이날 연 총리는 정 총리와 함께 만찬장 입구에 나란히 서서 정 총리의 소개를 받아 만찬장에 들어서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반갑습니다』라고 인사.
이어 헤드테이블에 참석한 연 총리는 유장순전경련회장·김용식 전외무장관·최호중통일원장관 등 참석자들이 『이번에 무언가 꼭 이루셔야 한다』고 당부하자 『정 선생에게 많이 달려있다』고 웃으며 말했고 정 총리도 『늘 그렇게 말씀하시지요』라고 가볍게 응수.
이날 만찬에는 특히 정치인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않은 반면 채시라·황신혜 등 유명 여성연예인들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는데 한 북한기자는 채양에게 다가가 『결혼은 했느냐』며 즉석인터뷰를 시도하는 등 높은 관심을 표명.
○…이날 정 총리는 만찬사를 통해 『남과 북은 이미 남북합의서와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효시켜 대결과 반목의 시대를 마감하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고 말하고 『남북 연락사무소와 공동위원회 등 이행기구를 발족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
연 총리도 답사를 통해 『이번 7차회담은 합의서 실천단계의 첫 회담으로 쌍방의 통일의지를 민족과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될 계기』라며 『북측대표단은 부속합의서와 집행기구들의 탄생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
○…5일 오전 10시 우리측이 마련한 승용차 7대에 분배해 판문점을 통과한 연 총리 등 북측 대표들은 5일 낮 숙소인 호텔신라에 도착해 호텔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원식국무총리 등 남측대표단의 영접을 받았다.
정 총리가 『고위급 회담이 처음 봄철에 열렸다는 것은 의미가 있으니 이번 회담에서도 한걸음 더 전진해 봅시다』라고 말하자 연 총리는 『정 총리 선생께서 회담에 참여하신 이후 매번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고 있지요』라고 화답했고 이에 정 총리는 『빨리 뛰는 것보다 한걸음씩 나아가는게 낮지요』라고 맞장구.
정 총리는 또 아무말 없이 앉아있는 백남준북측대표에게 『몸이 불편하시냐』고 물었는데 이때 최우진북측대표가 『정치분과위 협상이 다른 분과위보다 처져서 백 대표가 우울한 것』이라고 농담성 해명을 하자 백 대표가 『그 때문에 낙후분자로 지목됐다』고 대꾸하는 바람에 좌중에 폭소.
○…일부 북측기자는 최근의 남한소식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여당인 민자당의 후보경쟁에 대해 우리측 기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질문.
한 기자는 『후보가 누구로 결정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는 막연한 대답이 나오자 『민주화에 앞장선 사람이 후보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사성 있는 대꾸를 해 눈길.
이 기자는 한편 LA사태에 대해 『보도를 통해 대강 알고있다』며 미국의 인권정책을 비난하고,『같은 민족이 당한 고통에 슬픔을 당연히 나누어야 한다』며 코멘트.<김진국·안성규·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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