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상장기업정보 완전 공개돼야(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최근 증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부조리는 투자자들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자본시장이 끝없는 흑막에 둘러싸여있어 국민들은 늘 속고 있지는 않나 하는 느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요 정보를 쥐고 있는 사람들은 내부자거래를 통해 거액의 부당이익을 보고 때로는 시세조작을 다반사로 한다. 증권관리위원회는 올들어 이와 관련해 벌써 12건을 적발했다. 검찰도 적자기업이 회계장부를 거짓으로 꾸며 흑자기업으로 둔갑한 후 주식가격이 폭등할때 막대한 차액을 챙겨온 관계자들을 처음으로 구속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어디 그뿐인가.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돈 1백30억원을 빼돌린 창구사고가 발생하고,현대그룹 계열사의 주식매각이 거래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대주주의 지분을 분산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과세 방침이 주목을 끌고 있다.
물타기 증자다,깡통계좌다 해서 늘 피해만을 보아왔던 일반 투자자들은 자본시장을 둘러싼 사건들을 보고 혼돈속에 빠져있다. 「주식거래는 자기책임하에」라고 강조했던 정부가 증시의 신뢰성회복에 등한히 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건전한 산업자금을 끌어들이는 창구로 육성을 다짐해왔던 증시가 아직도 불신속에 투기장소로 인상지워지고 있는건 자본시장 개방정책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장래 사업내용이나 수익전망 등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본금 규모만 갖추면 상장기업이 될 수 있었고,심한 경우에는 금융계에서조차 비적격 대출업체로 분류된 기업이 버젓이 등록을 마쳤다. 증시 부조리를 없애고 소액주주들의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투자자들의 탈증시현상을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국민들의 발길을 다시 증시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첫째,상장기업과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있는 그대로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의 규정에도 공시제도가 있으나 사실상 거의 지켜지지 않을 뿐더러 부실경영으로 도산위기에 있는 기업조차 사실공시를 거부하는 형편이다. 몇몇 큰손들은 정보조작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고 늘 미적지근한 정부의 증시대책은 루머만을 양산해 소액의 자산증식을 염두에 둔 시민들의 소박한 꿈을 깨뜨렸다.
둘째,악덕 기업주나 공인회계사들의 부도덕한 행위로부터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집단소송제도가 본격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그러자면 소송을 대행해 주는 기구와 소송에 필요한 기금 조성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셋째,증권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아야 하는 등록법인의 범위를 더욱 확대해서 재무제표의 신빙도를 높여야 한다. 증시 정보가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는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해소될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