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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인근로자 감원보상 싸고 파업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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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주한미군의 점진적 철수에 따라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미군부대 한국인근로자들이 사후 생계보장대책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군 당국은 예산부족 등으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도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주한미군의 작전수행에 큰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한미 양국간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생계보장대책 요구=전국 외국기관 노동조합연맹(외기노련) 산하 주한미군노조(위원장 강인식·52)는 주한미군철수 1단계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 90년 봄부터 미군당국이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감원조치를 춰해 나감에 따라 평균 40개월 분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보상금 지급을 요구해왔다.
노조 측은 미군 철수에 따른 감원조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근로자 대부분의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이 넘는 장기근속자이며 평균연령도 50세가 넘어 사실상 전직이 불가능한 처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퇴직 후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목돈이 지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90년 이후 전국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미군기지가 잇따라 폐쇄되는 바람에 한국인 근로자가 해마다 7백∼8백 명씩 감원되고 있어 93년 말까지 전체 감원자수는 3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례로 90년부터 시작된 수원·대구·광주 등 3개 공군기지의 1단계 철수가 완료되는 올해 말이면 이들 기지에서 일해온 한국인근로자 1천 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일자리를 잃게되며 이밖에 19지원단 등의 감 군으로 수백 명의 감원이 추가로 예상되고 있다.
◇파업 움직임=노조 측은 90년 5월 단체협상에서 퇴직보상금 지급 등 9개 요구사항을 내놓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해 산월 노동부에 쟁의발생신고를 했으며 이후 노동부의 중재로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군 당국과 합의를 봤다. 그러나 퇴직보상금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조차 이뤄지지 않아 현재 이 문제는 우리정부 대표와 주한 미군 대표로 구성된 한미합동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로 13개월을 끌고 있다.
현행 한미행정협정(SOFA)에는 노사간 쟁의가 발생했을 경우 노동부에 중재를 의뢰하고 여기서도 해결이 안되면 한미합동위원회에 상정토록 되어있으며 계속 결말이 나지 않으면 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날로부터 70일 후 쟁의행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노조 측은 이를 근거로 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노조 측은 지난달 초 노동부장관·주한미군 노무담당관에게 서한을 보내『4월초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서울 용산기지 등 전국 14개 기지에서 노조원 1만3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책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늦어도 5월초까지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에 돌입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행정·장비정비·경비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있는 1만8천여 명의 노조원들이 파업에 들어갈 경우 미군 작전 수행 능력에 큰 차질이 우려되며 실제로 주한미군은 지난 86년 5월 노조 측의 22시간 파업결행으로 큰 곤욕을 치른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향후 전망=노조 측은 곧 개최될 한미합동위원회의 협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체의 실력행사를 자제키로 하는 등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측은 79년부터 퇴직금 지급방식을 누진제도에서「매년정산제도」(1년 근무 후 1개월 분 임금을 퇴직수당 조로 지급)로 바꿔 시행해 오고 있는 이상 노조 측 요구는 부당하며, 또 이를 수용할만한 예산도 없다고 밝히고 파업이 발생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한미군 측은 그 대신 90, 91년 두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12개월 분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보상금을 대신 내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하고 노동부에 퇴직근로자를 위한 특별 전업훈련 및 재취업 알선 프로그램을 마련, 운용토록 요구하는 등 공(구)을 우리정부에 넘기려 애쓰고 있으나 우리 정부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쉽게 사태 해결에 이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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