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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술은 손수운전 등에 부담”/낮술 즐기는 직장인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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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폭탄주까지 돌린뒤 사우나 직행/오후업무 분위기 풀어져/대낮 음주교통사고도 부쩍 늘어
직장인들 사이에 점심때 반주수준을 넘어 「폭탄주」까지 돌리는 「낮술」이 성행하면서 대낮 음주운전교통사고까지 잇따르고 있다.
야간 음주운전 단속이 지속적으로 강화된 뒤 나타난 이같은 낮술 새 풍속은 갈수록 확산돼 일부 직장에선 술꾼들이 아예 오후근무를 포기하고 과음상태에서 목욕탕으로 직행했다가 퇴근무렵에나 나타나는등 직장의 근로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물론 사회기강을 흐트러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대낮음주추방을 위해 업무시간에 술을 마신 사실이 발견되면 인사고과에 반영하는등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은 대낮음주를 눈감아주는 분위기여서 쉽사리 근절되기는 힘든 형편이다.
◇유행=자가용 승용차보유가 급격히 늘어나고 야간음주운전 단속이 집중적으로 펼쳐지자 부담이 여러모로 큰 저녁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에 술마시는 풍조가 최근 2∼3년새 크게 번지고 있다.
이같은 대낮음주는 주로 샐러리맨·자영사업자 등에게서 유행하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심한 편이다.
서울을지로 봉제기구 제조업체 B사 총무과직원 차모씨(28)는 『4∼5명이 몰려다니며 점심식사때 소주 2∼3병은 예사로 마신다』며 『결재를 받으러 들어가면 과장이 1주일에 2∼3차례는 낮술에 취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거나 사우나탕에 가고 없어 곤란을 겪는다』고 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건설업체 D사는 중견간부들의 잦은 대낮 음주로 점심식사시간이후 자리를 비우거나 의자에 앉아 자는 바람에 정상업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 14일에는 사무실안에서 동료간에 사소한 일로 취중싸움까지 벌이자 사장 이모씨(50)가 두사람을 징계위에 넘기고 『낮에 술마시는 사람은 1개월이상의 감봉처분을 내리거나 음주사실을 반드시 인사고과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전사원에게 경고까지 했다.
서울 소공동 여성의류제조업체 대표 박모씨(44)는 『낮술 마시기는 얼마전까지 업무성격상 거래처사람들과 즐기기도 했던 일부 영업직 사원들에게 한정돼 왔으나 최근엔 사무직 사원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일더하기 운동에 역행,기업인들 사이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면서 『일하는 시간만큼은 정확히 지키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운전사고=14일 오후 2시쯤 서울 북가좌2동 75앞길에서 회사앞 식당에서 직장동료 4명과 함께 소주 2병을 마신뒤(혈중알콜농도 0.14%)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직장으로 돌아가던 권모씨(44·구청직원)가 길가던 30대행인을 치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또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에는 서울 통의동 통의네거리에서 현모씨(52·S우유대리점소장)가 직장동료 3명과 정오부터 반주로 소주 2병을 마시고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앞차를 들이받았다.
서울 송파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 김인수 경장(43)은 『최근 야간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낮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회사원·개인사업자의 사고가 1개 경찰서 관내에서 1주일에 1∼2건씩 일어나고 있다』며 『야간보다 대낮 음주운전사고 위험이 훨씬 높다』고 지적했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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