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서장이 술김에 상황실장 폭행 '파문'

중앙일보

입력

현직 경찰서장이 술에 취해 야간 상황실장을 관사로 부른 뒤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21일 전남경찰청과 전남 모 경찰서 직원 등에 따르면 전날 새벽 0시20분께 이 경찰서 김모 서장(55.총경)이 청사 바로 옆 관사로 당시 상황실장이던 이모 경위(48)를 부른 뒤 손과 발로 마구 폭행, 전치 3-4주의 부상을 입혔다.

놀란 이 경위는 김 서장의 폭행을 피해 청사 주차장쪽으로 급히 달아났으나, 뒤쫓아온 김 서장에게 3∼4차례 추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위는 이후 억울한 마음에 곧바로 택시를 잡아타고 고향인 순천의 모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이틀째 소식이 끊긴 상태다.

진단 결과 이 경위는 왼쪽 갈비뼈 골절 의심과 머리와 얼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서장은 사건 당일 새벽 0시10분께 관사로 귀가하던 중 경찰서 정문에서 만취 상태로 고성방가하던 40대 주취자와 초소 근무자가 실랑이를 벌인데 이어 형사계 직원이 주취자를 사무실로 안내하는 광경을 목격한 뒤 곧바로 상황실장을 불러 “왜 보고도 하지 않았느냐”며 일방적으로 이 경위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서장은 “주취자가 10여분간 난동을 부리고 귀가길에 이를 목격하고 만류하던 (서장인) 본인에게까지 폭언을 일삼았음에도 상황실장이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훈계 차원에서 한 두대 손찌검을 했을 뿐”이라며 “술은 마시긴 했으나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광경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일부 직원들은 “주취자의 언동이 심각한 것도, 강력사건 피의자도 아닌데다 상황실은 3층에 위치해 초소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긴 사실상 쉽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할 경찰서와 상급기관인 전남경찰청은 야간에 서장을 대신해 근무 중인 상황실장이 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이틀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한편 김 서장은 지난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엄정 중립 원칙을 무시한 채 관할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모 후보와 저녁 식사를 했다가 폭력사건에 휘말려 직위해제된 바 있다.
【고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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