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개업의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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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연구하는 개업의가 부쩍 늘고 있다. 대학병원 못지 않은 실험시설과 치료 시설을 갖춘 개업의원들이 최근 1∼2년 사이 4∼5곳 이상 문을 열었다. 이들「연구개업의」는 각자 특수전공분야를 살려 당장의 이윤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 차원의 명성을 쌓기 위해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이처럼 연구개업의가 늘어나는데 대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의대 박재갑 교수(일반외과)는『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연구개업의가 늘어나는 것은 의학발전을 위해서는 물론 가벼운 병, 중한 병을 가리지 않고 환자들이 대학병원으로 만 몰려드는 의료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부 연구개업의들의 경우 이미 세계적 수준의 연구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산부인과=연구개업의들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다. 동양 최초의 자연배란주기를 이용한 인공수정에 성공한 바 있는 M클리닉의 임모 전문의는『한달 평균 실험용 동물 값만도 3백만 원 내외를 투자하고 있다』며 『현재는 생체아교를 이용, 수정란 착상 률을 높이는 연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M클리닉의 경우 생화학·생물학·축산학 등을 전공한 석·박사 급 연구인력만도 6명이나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척추손상환자의 정자를 받아내 출산까지 성공시킨 바도 있다. 그 외에도 최근 강남에 문을 연 H클리닉의 김모 전문의는 『1개 층을 실험 동으로, 또 1개 층을 일반개업의들을 위한 교육용 강의실로 사용하는 등 연구와 함께 고도의 의술 전파를 목적으로 병원을 세웠다』고 밝혔다.
◇피부과=레이저를 이용, 각종 피부질환치료에 힘쓰고 있는 P피부과 박모 전문의는 생후 이틀 짜리 영아의 혈관종(혈관확장으로 얼굴이 붉은 병)을 치료할 정도로 레이저치료에만 매달리고 있다. 박씨의 경우 지난가을 한 일 피부과학회에 연사로 초청돼 6백여 명의 피부질 환자를 색소 레이저로 치료한 경험을 발표했다. 당시연구에 따르면 혈관 종의 경우80%,모세혈관 확장 증은 100%, 딸기 코 등은 50%가까운 완치 율을 보였다.
◇유방질환=유방질환, 특히 유방암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O유방클리닉의 오모 전문의는 서울대 유근영 교수(예방의학)팀과 공동으로 우리 나라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들을 밝히는데 연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 경상대 의대생화학교실과는 악성유방종양과 양성유방종양의 차이점을 발견하고 있는 연구를 진행, 특정효소의 양이 두 질환간에 현격히 다르다는 점을 밝혀내고 있다.
◇항문질환=S의과의 경우 치질·치루 등 항문질환만을 전공한 3명의 전공의가 팀을 이뤄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 팀과 매주 1회 이상 학술미팅을 갖고있다.
이 병원 강모전문의는 『항문질환에 대한 연구, 새로운 치료법 습득을 위해 3명의 의사가교대로 1년 이상씩 미국·일본·영국의 전문병원에 연수를 떠난다』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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