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0-40대 중견작가를 잡아라"|봄 화랑가 불황탈출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30∼40대 작가를 잡아라-. 심각한 불황으로 올 들어 몇 달째「개점휴업」상태를 보아온 화랑들이 최근 30∼40대 중견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고 불황타개를 모색하고 나섰다.
현대·가나·선·예·학고재 화랑 등 유명화랑들은 성수기인 4월에 들어서자 일제히 올해 첫 전시회로 노은님(46)·오치균(36)·김효숙(47)·김병종(39)·강요배(40)씨 등의 개인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제화랑은 3월 한달 동안 박영하씨(38)등 30∼40대 작가 7명의 신작을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생명을 찾는 사람들』을 처음으로 열었고 동산방·미건화랑 등도 올해 첫 전시회로 오는 5월 김천영(39)·조덕현(35)씨 등의 개인전을 유치할 예정이다.
유명화랑들이 이처럼 일제히 중견작가들을 초대하고 나선 것은 보기 드문 일로 화랑가 일부에서는『인기작가의「세대교체」가 일고 있는 조짐』이라는 성급한(?)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예년의 이맘때쯤이면 활발히 열렸던「원로·중진작가 초대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화·금강·세종화랑 등 최근 문을 연 신설화랑들도 개관기념 전으로 원로·중진작가 대신 30∼40대 중견작가들을 초대하는「이변」을 보이고 있다. 화랑가의 이 같은 경향은 지난해부터 반년이상 계속된 극심한 불황으로 한때 천장부지로 치솟았던 일부 원로·중진작가들의 작품 값이 최근 들어 30∼10%가량 떨어졌으며 그나마 되돌아 나오는 작품마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작가의 작품이 앞으로 다시 오르리라는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계산도 있다.
이 때문에 유명화랑들은 그 동안 인기가 높았던 원로·중진작가들 대신 미술계의 다음시대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판단되는 30∼40대 작가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노은님씨(17일까지 현대화랑)는 20여 년 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모교의 교수로 있으면서 유럽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류화가.
본격적 고국전인 이번 전시회에는 물고기·새·나무 등을 소재로 모든 생명체의 순수한 원초 성을 유머러스하고 간결한 표현주의 적인 필치로 담은 대작 20여 점을 출품했다.
오치균씨(18일까지 가나화랑)는 2년 전 미국유학(브루클린 대학원)에서 돌아와 개성 있는 구상회화로 주목받아온 신예화가다. 그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 특히 서울 곳곳의 풍경을 독특한 구도와 어슴푸레한 색조, 거친 질감으로 표현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김효숙씨(11일까지 선-화랑)는 6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에서 인체의 구도자적 포즈를 통해 기원·동경·기쁨 등 인간의 숭고한 내면세계를 형상화한 브론즈 조각『동그라미』연작들을 발표했다.
김병종씨(17일까지 예-화랑, 15∼24일 조선일보미술관)는 수묵·채색의 자유롭고 실험적인 표현을 통해 원시적 자연과인간의 생명력을 담은『이름과 넋…생명의 노래』연작을 선보였다.
서울대교수인 작가의 본격적인 발표 전으로 예-화랑에서는 10∼50호 크기의 소품이, 조선일보미술관에서는 1백호 안팎의 대작이 출품된다.
강요배씨(11일까지 학고재화랑)는 제주출신 작가로서「제주4·3항쟁」을 중심으로 제주민중의 수난사를 연대기적으로 형상화한 펜화·유화 등 50점을 선보였다.<이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