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중절수술 신중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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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병원에서 임신판정을 받은 여성들 대부분은 지나간 임신기간 중 자신이 혹시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없었나 하고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애쓴다. 이때 임신인줄 모르던 시기에 항생제·소화제·진통제·한약 등을 복용한 기억이 나면 기형아여부의 불안감 때문에 당황해한다.
특히 자신이 감기약·항생제·당뇨병치료제 등 질병치료제를 복용하고 있거나 알콜·마약 등을 상습적으로 복용하고있는 여성들은 기형아에 대한 불안이 더욱 민감하다. 심지어 코피·홍차·콜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를 마시던 임신부들까지 이런 공포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일부여성들은 지레 겁을 먹고 임신중절수술을 무절제하게 시도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형아의 발생원인 중 약물복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렇게 크지 않으며 약물의 종류, 복용양태와 임신시기에 따라 기형아발생률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것은 불임증·골반염·자궁 외 임신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김창규 연리산부인과 의원장(기형아전문의)은 월간소비자시대에 기고한「임신 중 복용하면 안 되는 약18가지」를 통해 임신 중 각종 약물복용으로 인한 태아의 기형형태와 약물복용 법을 제공하고 있다.
김 원장은 약물에 가장 민감한 시기는 태아의 장기가 완성되는 3∼12주라며, 이 시기에는 되도록 약물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주 이전이나 12주 이후에는 약물의 종류와 복용양태에 따라 필요할 경우 약물복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18가지 약물 중 대표적인 것과 태아의 기형형태를 소개한다.
◇항암제=자연 유산되는 경우가 많으며 태아에게는 언청이·입천장파열·외음부 이상 등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혈당강하제=당뇨병치료약물로 임신말기에 사용할 경우 신생아의 저혈당증을 초래할 수 있으며 분만 48시간 전에는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제와 경구피임약=태아에게 심장기형·중추신경계 기형 등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태아의 생식기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해열진통제=신생아에게 출혈의 위험을 높이며 자궁 내 태아의 발육부진과 기형유발 가능. 산모의 분만전후 출혈 가능.
◇신경안정제=태아의 사지 이상, 언청이나 입천장파열을 유발시킬 수 있으며 심혈관계기형 등의 부작용도 올 수 있다.
◇비타민 결핍 또는 과잉=비타민D 결핍 시는 태아의 성장감소·구루병 등을, 과잉 때는 신경관 결손증·동맥 협착·사시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 비타민A는 결핍 시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언청이 등을, 과잉시 비뇨생식기 기형·중추신경계 기형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알콜=태아의 뇌가 안정되고 성장하는 임신 12주 이후에는 가급적 피한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이시기에 매일 1백%의 알콜30cc(맥주 6백50cc·소주 반 홉)를 마실 경우 태아에게 알콜 증후군이나 정신박약을 유발할 수 있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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