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바통 터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신세계가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신세계는 18일 장중 한때 6000원(0.99%) 오른 61만5000원을 기록했다. 장 후반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 반전해 7000원(1.15%) 내린 60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긴 했지만, 1만 원(1.69%) 떨어진 삼성전자(58만3000원)보다는 여전히 주가가 앞섰다. 신세계는 유통업의 절대 강자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업종의 '영원한 맏형'이다. 두 종목의 주가가 최근 역전된 것은 지금 증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 2006년까지 코스피 지수와 운명을 같이하던, 삼성전자를 위시한 IT 업종은 올 들어선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달 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을 집중 매수하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반면 그간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조선.기계.화학 등 산업주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면서 최근엔 건설.유통.음식료 등 내수주가 주도주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외국인 매수 업고 상승세=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39%(5.92포인트) 오른 1534.58에 마감했다. 보험 업종이 4.98% 급등한 것을 비롯, 건설.섬유의복.음식료 등이 1~2% 오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전기전자 업종은 1.2% 하락해 대조를 나타냈다.

업종별 상승세를 이끈 주체는 외국인 매수세다. 이날 외국인은 화학업종에서 386억 원을 매수한 것을 비롯, 유통업종을 300억 원 가까이 사들였다. 이밖에 음식료.건설.증권 등을 1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그간 전기전자.금융 업종에 몰린 매수세가 최근엔 건설.유통 등 내수주 중심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은 주가 흐름도 양호하다. 이달 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증가한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17.2% 상승했다. 3월까지 매도 우위(3936억원)로 일관하던 외국인이 4월 이후 646억원을 순매수한 유통주는 이달 들어 지수가 15% 이상 올랐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지난해와 달리 기관은 매도 주체, 외국인은 매수 주체로 역할이 바뀌었다"며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급 주도권은 외국인이 쥐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 종목.업종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세는 이어진다"=증권사들은 당분간 내수주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경기가 2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환율 하락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내수주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소재.산업재 분야는 주가 상승 부담과 중국의 긴축정책 우려 등으로 차익 실현 압력이 커지고 있고 전기전자 업종은 상반기 중 실적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수 업종의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인터내셔널.오리온.하이트맥주.대림산업 등을 추천했다.

대우증권 한요섭 연구원은 "실업률도 지속적으로 낮아지는데다 소비자 기대지수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역사를 써 가는 한국 증시에 내수주가 동참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