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주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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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미 페루가 원산지인 호박이 일본과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와 본격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부터다.
전래 초기에는 스님들이 주로 많이 먹었기 때문에 「승소」라 했다. 비타민 A와 C 등이 풍부한 호박은 채식으로 결핍되기 쉬운 스님들의 영양을 보충해 주는 다시없는 식품이었다.
박과 식물중에서는 영양가가 가장 높은 호박은 그후 일반에 널리 재배되면서 식용과 약용으로 폭넓게 쓰였다.
식용으로는 과실과 잎이 주로 쓰이지만 약용으로는 덩굴·잎·꼭지·꽃·씨·과육 등 거의 모든 부분이 각각의 약효를 지니고 있다. 호박의 약효는 매우 다양해 우선 속을 보하고 기를 늘려주는 보신효과를 손꼽을 수 있다(『본초강목』). 또 최근 연구결과 호박씨가 혈압을 낮게 해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부터 「동짓날 호박을 먹으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전해왔고 부인들의 출산후 부기나 당뇨병환자에게도 민약으로 널리 쓰였다.
호박씨와 호박식혜는 천식·해소 등에 효과가 있고 산모의 부족한 젖을 많이 나게 해주기도 한다.
한의학의 경험방들은 구충·백일해·단독·디프테리아·일사병·동상 등에 호박의 약효를 인정하고 있다.
근래 토속음식의 간판격인 호박이 죽·파이·주스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돼 재래의 호박식품들과는 또다른 입맛을 돋워주고 있다. 일부 한식집과 뷔페식당 등에서 내놓던 호박죽과 호박파이가 상품화됐고 깡통포장의 호박주스는 서양식 음료가 석권하고 있는 식품시장에 새로운 「토속음료」로 얼굴을 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호박은 연4만5천t정도.
인삼드링크·칡차·쑥차 등과 같은 민속음료나 민족차의 개발은 민족 전통문화의 계승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고유의 식성까지 서양화돼가는 혼미속에서 시대적 감각에 맞는 각종 전통식품의 현대적 개발은 바람직한 일이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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