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후보 총 선서 "쓴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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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14대 총 선에 출마했던 역대 유례없이 많은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낙선해 노동계가 원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이번 총 선에는 50여명의 노동계 인사들이 출마했으나 민자당 현역 의원인 유승규 전 함태 탄광 노조위원장(46)이 재선된 것 외에는 전멸했고 이밖에 전국구로 민자당 최상용 노총 상임부위원장(54), 민주당 김말룡 전 대한 노총회장(65)등 2명이 고작이다.
13대 민자당 지역구 의원이었던 이강희(50·전 인천 항운 노조위원장), 김병룡(60·전 금속 노련 위원장), 백찬기(60·전 노총 경남협의회 의장)씨 등 3명은 모두 낙선했으며 민자당 공천을 받았던 88년 현대건설 노조 위원장 피랍 사건의 주인공 서정의씨(41)와 민주당 공천을 받았던 노총 위원장 출신의 정동호씨(57), 최근까지 노총 홍보실장으로 일한 조성준씨(44)도 고배를 들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가협 공동 의장이자 권용육 전 현대엔진 노조위원장의 부친 권처흥(62)전 대우조선 노조위원장 양동생(37), 체신노조 위원장과 초대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권중동(59)씨 등 제도권 정당으로 발돋움을 시도한 민중당이 공천한 30여명의「쟁쟁한」노동운동 투사 출신 후보들도 하나같이 역부족을 절감해야 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해 노조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현행 노동관계법과 선거 관계법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 즉 재력과 조직력, 선거운동의 노하우가 상대 후보에 비해 열세인 이들이 기대할 것은 노조 차원의 지원 활동밖에 없는데 이것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이상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또 아직까지 노동 운동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부족하고 사실상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물도 많지 않다는 점을 패인으로 들고 자체 노력이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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