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로 “영광”/후보들의 갖가지 득표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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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치밀한 통계는 필수무기/“투표합시다” 캠페인이 주효 관악을/지역대학생 연극관람 초청 마포을/출근길 회사원에 장미송이 도봉을
『선거에 결코 우연이나 기적은 있을수 없다.』
이변·파란으로 표현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거나 예상밖의 선전을 펼친 후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대부분의 당선자들은 하루평균 10시간 이상의 지역구 순회,1백여차례의 당원간담회 개최등 「발」로 뛰는 선거운동에다 주먹구구식이 아닌 통계에 기초한 과학적인 선거전략 등 「머리」를 조화시킨 감춰진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20∼30대의 젊은층 공략 작전·고리운동·홍보만화 제작·별동대 구성 등 지역특성에 맞게 이색적이고 다양한 선거운동을 가미한 득표작전으로 성공한 것이다.
서울 성북을에서 당선된 전고려대 총학생회장 신계륜 후보(38·민주)는 대학생 자원봉사대인 「민주를 사랑하는 청년모임」(회장 허인회 전고려대 학생회장·30)소속 3백여명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으며 숙식을 함께 해 모임의 명칭이 「사발면회」로 바뀔 정도였다.
그나마 자금이 달리자 종반에는 학생들이 호주머니돈을 털어 운동비용을 도와주는등 대학생들의 헌신적 뒷바라지가 승리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을 극복하고 재선된 서울 관악을 이해찬 후보(39·민주)는 「이해찬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해찬의 5인방」이라 불리는 서울대출신 5명의 참모들이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시민씨(34)등 학생운동출신·경제신문기자·관악구의원·노동현장출신 등 각기 분야를 달리하는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히트작으로 손꼽힌 의원세비 지급명세서 기재홍보물·「투표하지 않는 유권자가 가장 나쁜 정치꾼을 만듭니다」라는 팸플릿등을 기획,유권자의 65%에 이르는 젊은층의 참여를 유도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현규 후보를 물리치고 서울 마포을에서 승리한 민자당 박주천 후보(51)는 13대총선 낙선직후부터 연극관람·음악감상회 초청 등으로 다져온 지역거주 대학생모임인 「파랑새봉사단」「사드레관극회」소속 5백여명의 대학생들을 활용,반짝 아르바이트대학생을 동원하지 않는 진기록을 남겼다.
서울 성북갑지역에서 3선을 기록한 이철 후보(44·민주)는 전국을 한 선거구로 보고 다른 지역에 사는 대학생·친지·친구들을 동원,지역구내의 친지에게 1인당 10통화·10편지·3번방문 등의 「고리운동」을 펴 「지역구에 관계없이 민주후보를 밀어주자」는 슬로건을 실천해 냈다.
이의원측은 지난 영등포을 재선거때 처음 도입된 이 「고리운동」을 광역선거때 지역구 두곳에서 실험,성공을 거두자 이번 선거에서도 적극 도입한 것.
서울 도봉을에서 당선된 김원길 후보(49·민주)는 유권자들이 특징도 없는 홍보물 배포에 식상했다고 판단,투표 1주일전부터 삼양동 네거리에서 출근하는 샐러리맨들에게 홍보물과 함께 장미꽃 한 송이씩을 나눠줘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킨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관심을 끌었던 서울 강남갑 김동길 후보(64·국민)는 교수로서의 이미지 부각을 위해 사랑방좌담회를 일절 열지않는 대신 기사식당·시장 등을 찾아 순대국등을 함께 먹으며 특유의 강연식 달변을 과시했고 강남을의 홍사덕 후보(49·민주)는 13대총선의 악몽을 교훈으로 삼고 선거초기부터 다른 선거운동은 접어두고 2백여명의 흑색선전감시단에 전력투구한 결과 「안기부개입」이라는 대어를 낚아 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밖에 집권여당의 정책위의장에 맞서 2백59표차로 아깝게 낙선한 김민석 후보(27·민주)는 5분동안 「악수 20명·인사 20명」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하루 10시간동안 자신에게 회의적일 가능성이 높은 기성세대에 대한 역공략을 감행해 예상밖의 선전을 펼쳤다.
김후보는 특히 선거사무실내에 주방시설·토큰함을 마련,운동원들에게 셀프서비스식의 편의를 제공하며 하루 3백명씩을 초청,강당에서 개최했던 교육모임에서 『초보운전에 생명을 맡길수 없다』『과격하지 않느냐』『경험만을 쌓기위해 나왔다』는 공격·질문에 『초보운전일수록 조심해 사고가 안난다』『독재정권에 대항하다보니 과격한 것으로 오해된 것』『지는 싸움은 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대응전략으로 당선과 다름없는 대성공을 거두었다.<최훈·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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