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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 중국서도 넘보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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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전 세계 182개국에서 6000여만 명이 수련하는 세계의 무도다. 일찌감치 많은 사범이 태권도 전파를 위해 해외로 나가 헌신적으로 노력한 결과다. 태권도는 한류의 원조로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첨병이면서 민간 외교사절 기능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태권도계는 외국 태권도의 급속한 성장, 국내의 태권도 수련 인구 감소, 국민의 관심 부족 등으로 세계 태권도계의 종주국으로서의 기반과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다행히 이런 때 정부가 태권도공원을 만들려 하고, 국회도 이를 위해 태권도진흥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태권도인들은 크게 기대했다. 그런데 태권도진흥법 제정이 정당 간 정략적 다툼으로 불투명해졌다고 한다. 태권도진흥법은 각 당의 정략적 이용 대상이 아니다. 정부.국회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 태권도공원이 무주.춘천.경주 등 어디에 지어지든 지역 사업이 아니다. 경주특별법과 연계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올림픽 종목은 4년마다 재선정하도록 돼 있다.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IOC총회에서 태권도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됐지만 앞으로는 중국 우슈, 일본 가라테와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권도가 계속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과 일본은 범정부적 차원에서 우슈와 가라테를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키고자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들어가는 데는 태권도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국내의 태권도 진흥이 선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태권도 진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중국의 태권도 기원설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고구려를 자기들의 지방정부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고구려 쌍영총의 벽화에 나와 있는 택견 그림도 자신들이 무술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국 쓰촨(四川)성에선 태권도를 초등학교의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치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국회와 정부는 태권도 진흥을 위한 범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영태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