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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례적 발언 꼭 해야 돼?" 조순형의 파격 리더십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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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거 꼭 해야 되는 건가?"

11일 오전 민주당 3층 회의실. 조순형 대표가 갑자기 기자들에게 물었다. 보통 각 정당은 대표가 그날의 현안에 대해 간단한 견해를 밝힌 뒤 회의를 시작하는 게 관례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언론에 비중있게 다뤄진다. 그러나 趙대표는 이날 "전임자들이 하던 대로 이렇게 모두발언을 하려니까 내가 꼭 정치평론가 같다"면서 관행에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참석자들이 " 모두발언은 매우 중요하다"고 거들고, 기자들도 "기사 작성에 필요하다"고 하자 趙대표는 그제야 부안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원전센터) 문제에 대해 준비된 모두발언 메모를 읽어 내려갔다.

趙대표의 허허실실 리더십이 화제다. 당 대표에 취임한 지 2주일이 돼 가지만 趙대표는 권위와 관행에 익숙해지기보다 어색해 한다. 이 같은 趙대표의 스타일은 당 안팎에서 참신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오히려 그의 리더십 강화에 한몫 하고 있다.

지난 5일 전북지부를 방문했을 때 생긴 금일봉 해프닝이 그 중 하나다. 당시 趙대표는 당 대표가 지구당 등을 방문할 때 관례인 격려금 봉투를 도지부 관계자에게 주면서 강운태 사무총장을 향해 "어떻게 마련했어? 중앙당이 오히려 받아가야 할 처지인데…"라고 쑥스러워했다.

도지부 관계자는 "격려금을 주며 부끄러워하는 분은 처음"이라며 "청렴결백하다는 평이 헛소문이 아니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趙대표의 전매특허인 '쓴소리'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3일 당 공식회의에서 趙대표는 미 의회 방문단과의 면담 뒷얘기를 소개하며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단식을 비난했다.

趙대표는 "미국 의원들이 만나자마자 '저쪽(한나라당)은 왜 그러느냐'고 물어 '지금 미국의 워터게이트 같은 상황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는데 저쪽(한나라당)에서 재의결을 안 하고 단식하고 있다'고 했다"고 말해 회의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대표가 된 뒤에도 그는 국회 도서관 열람실을 틈이 날 때마다 찾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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