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이회창 첫 외출… 모종의 결심 끝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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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변호사가 구속된 뒤 서울 옥인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던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가 11일 오후 처음 외출했다. 그는 부인 한인옥씨, 수행비서와 함께 에쿠스 승용차에 올라탔다.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땅쪽을 향했고 얼굴은 수척했으며 표정은 어두운 편이었다. 수행비서는 "李전총재가 병석에 누워 있는 모친을 못 뵌 지 한달이 넘어 인사하러 간다"며 명륜동 李전총재의 어머니 집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李전총재 일행은 강남의 모 한의원으로 갔으며 요즘 허리가 아픈 한인옥씨가 치료받은 뒤 다시 옥인동으로 귀가했다. 李전총재의 측근은 "치료를 마친 뒤 명륜동으로 가려 했으나 기자들이 어머니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李전총재의 외출에 대해 그가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모종의 결심을 끝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이에 앞서 옥인동 자택을 방문한 한 의원은 "李전총재가 무척 힘들어 하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다른 측근은 "주변 사람들이 말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이 측근은 이어 최병렬 대표의 '실기(失機)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李전총재에게 '총대를 메라'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모든 걸 알고 나서야 총대를 메도 멜 것 아닌가"라고 했다. 李전총재 측은 崔대표가 이날 "대선자금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李전총재의 고해성사를 압박하는 발언으로 보인다"고 불쾌해 했다. 李전총재 측은 다만 崔대표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李전총재가 崔대표를 공격한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에게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는 말로 확산을 차단했다. .

이가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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