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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 과기 연구기관-연구분위기 날로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기능재정립과 운영효율화란 미명아래 정부로부터 강제수술을 받았던 연구소에 그때의 수술로 인한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올해 임금인상을 두고 연구소 노조측과 심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등 출연연구기관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공동대책위원회(의장 고영주 화학연노조위원장)를 구성하고 임금 가이드라인 철폐 및 기관운영의 민주화확보를 위해 공동 투쟁키로 했다.
노조측은 올 임금인상률은 91년 급여대비 17.7%(실질경제성장률 7.7%+소비자물가상승률 10.0%)가 돼야 한다는 것을 비롯, 인사경영참여·후생복지증대 등의 공동요구사항을 마련해 기관별 교섭을 벌이고 있으나 정부측의 5%선(호봉승급분 포함)과 팽팽히 맞서 있어 3월내 조기타결이 불투명한 상태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낮은 처우와 노사자율교섭을 무시한 정부의 강경 입장, 사용자(연구소 경영자)측의 무소신으로 인해 교섭장기화와 노사분규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조측은 과거의 임금인상률이나 다른 기관과의 비교에서 출연기관이 늘 희생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산업과 출연연의 과거 인상률은 88년이 15.5%대 9.1%, 89년 21.1%대 5.3%, 90년 19.0%대 6.5%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민간연구소나 대학 또는 사회과학 관련 다른 정부 출연연구기관에 비해서도 절대 열세에 있다는 것이다.
박사학위 10년차인 KIST의 한 연구원은 자신의 경우 기본급여·상여금·연구활동비(20만원), 능률제 고수당(25만원), 가족수당(4만5천원), 차량유지비(10만원)를 합해 월1백30만원선인데 비해 경제기획원 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하는 1년 후배는 본봉·상여금·주택수당(30만원), 연구비(30만원), 업무추진비(19만원), 차량유지비(30만원) 등 2백20만원선으로 자신은 60%에 불과하다며 봉급명세서를 공개하고『출연연구소가 갈수록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관평가의 결과로 나타난 인원감축, 투자재원의 축소, 독립적 기관운영권 박탈 등으로 연구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임금마저 거의 동결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건이 좋은 대학이나 외국으로 돌아가는 연구원들이 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하다간 G7(선진7개국)수준은 커녕 선진국과의 과학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의욕 감퇴로 출연연구기관에서 최근 4년간 1천2백여명이 빠져나간 가운데 올 들어 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표준연의 경우 올해 12명이, KIST는 11명의 연구원이 빠져나갔으며 화학연도 지난1년간 17명이 연구실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KIST의 C박사는 『자율적 연구환경, 안정적 연구비지원, 대학수준의 처우개선이 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래서야 누가 자신의 아들딸에게 과학자가 되라고 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그런데도 과기처는 지난해의 평가가 잘 된 것으로 자찬하고 있는가 하면 5%선이 타결 안되면 정부가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만 되풀이해 연구소가 비전문가집단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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