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절정 장종훈"0순위"|한국야구 최고강타자는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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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야구 최고의 슬러거는 누구인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로부터 이 땅에 야구가 도입된 이래 역대 홈런타자 중에서 최고의 타자를 뽑으라면 야구인들은 주저 없이 고 이영민씨를 내세운다.
이영민씨는 일제시대 조선인으론 유일하게 일본국가대표팀 베스트나인에 끼어 1934년 베이브루스 등이 주축이 된 일본원정 미국프로팀과 대전한 강타자.
특히 이씨는 야구에 천부적인 감각을 지녀 투수를 비롯한 모든 포지션을 맡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였으며 타격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 상대투수는 이씨만 나오면 던지기도 전에 주눅이 들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한국야구계는 이후50∼60년대에 고 김영조 박현식(원로야구인)씨가 슬러거의 계보를 이었으며 60년 이후엔 김응룡(해태감독) 박영길(전 태평양감독 )씨가 홈런타자로 명성을 떨쳤고 백인천(전LG감독)씨도 국내에서 고유영역을 넓히다 일본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
82년 프로야구출범이후에는 김봉연(해태코치)이 처녀 홈런왕에 올랐으며 이후 이만수(34·삼성)가 83∼85년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으나 병살타 양산 등 찬스에 약한 약점을 드러내 명실상부한 슬러거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편 87년 완벽한 스윙을 자랑한 김성래(32·삼성)가 등장,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나 88년 무릎부상으로 4년간 그라운드를 등져 슬러거 대열에서 빠졌다.
88, 89년에는 김성한(34·해태)이 연거푸 홈런왕에 올랐으나 김은 홈런타자라기보다 중거리포로 장효조(롯데)와 함께 교타자계보를 걷고있다.
80년대 말부터 한국야구계는 장종훈(25·빙그레)이라는 걸출한 대형타자를 배출하게된다.
장은 연습생출신으로 스타가 된 입지전적인 선수로 86년 연봉3백만원짜리 연습보조원으로 빙그레에 입단해 눈칫밥을 먹으며 피나는 개인훈련 속에 지난 88년 유격수부문 골든글러브상을 획득, 일약 스타급 선수로 떠올랐다. 야구에 눈을 뜬 장은 당시 강병철(현 롯데감독) 타격코치의 헌신적인 지도로 세기까지 갖추며「무서운 아이」로 프로무대를 호령하기 시작, 90년에 홈런왕에 오르는 것을 계기로 지난 시즌에는 최다홈런인 35개를 기록한 여세를 몰아 타점(1백14개)·최다안타(1백60개)의 신기록과 장타율(0·649) 타이틀을 석권해 타격부문 4관 왕에 오르며 절정기를 맞고 있다.
장은 지난7일 시작된 시범경기 6게임에서 홈런을 4개나 뽑아내며 올 시즌 홈런 양산을 예고하고 있으며 역대 최고의 슬러거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장은 올 시범경기에서 왼손·오른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좌우 담장을 넘기는 광각타법을 구사하는 등 기량이 절정에 달해 올 프로야구 공격부문의 신기록을 싹쓸이할 태세다. 김영덕 빙그레 감독은『장종훈의 타구는 속도·거리가 메이저리그급』이라고 극찬하면서 『동료들이 장의 뒤에서는 칠 의욕이 없다고 한다』며 한국 최고의 슬러거로 치켜세우고 있다. 올해 25세의 한창 나이인 장은 좋은 체격(1m84cm·80kg)을 지닌데다 연습벌레여서 앞으로 5∼6년간 한국프로야구계를 석권할 대형타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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