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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공세에 흔들리지 말자(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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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전 막판에 나타나는 비열한 운동수법이 이번에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투표일 하루이틀전에 집중적으로 금품을 뿌리거나 상대방이 해명할 기회도 못갖게 흑색선전을 해대는 것 등이다.
괴상한 사건·사고를 자작,또는 조작해 판세를 뒤집는 수법도 흔히 이용되고 우연히 일어난 현상을 침소봉대해 사건화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이같은 수법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사례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선거풍토였다. 지난 13대총선때 경북의 모후보는 우편으로 돈봉투를 뿌리려다 적발돼 후보를 사퇴했다. 제주도의 모후보는 지방방송이 실수로 잘못 내보낸 시험방송때문에 부정선거기도라는 흑색선전에 말려 고배를 마셨다.
명백히 드러난 사례 말고도 축첩·사생아 등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막바지에 퍼져 곤욕을 치른 후보는 얼마든지 있다. 지난 총선때 여자관계 악성유인물이 나돌아 패인의 하나가 됐던 서울의 한 야당후보는 이번에도 같은 짓을 하던 사람들을 잡아 신분을 확인해본 결과 안기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공개했다.
그 음험한 수법의 불법성은 고사하고 관권이 앞장서 가장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짓을 했다니 당국은 신속히 그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할 것이다.
투표일 직전에 금품을 집중 살포하는 것은 과거 여당후보들이 주로 사용하던 수법이다. 짧은 시간에 유권자들에게 많은 돈을 뿌리자면 우선 관의 비호가 있어야 하고 조직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소위 여당프리미엄이 없으면 금전살포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관이 엄정중립을 지키고 후보자 상호간의 감시만 철저하다면 막판 금전살포는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운동과정을 보더라도 유권자를 상대한 금품제공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금품거래는 주로 후보자와 표몰이꾼,운동원들간에 이루어지고 있으며,그것마저도 거창의 이강두씨 구속이후엔 후보 상호간에 감시가 치열해 점점 어렵게 되어간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다행이나,여당외에도 자금이 풍부한 정당이 있어 막판 돈공세를 너무 안이하게 보아선 안된다. 투표일까지 선의의 감시와 긴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저열한 수법이 근절되고 선거가 후보자간의 페어플레이,유권자를 위한 축제가 되려면 후보·유권자들의 의식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겁한 수법이 발각되면 당락은 물론 패가망신한다는 사회통념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범죄꾼이나 부동산 투기꾼들이 하는 한탕과 선거막바지의 금품공세·흑색선전이 다를 바 없게끔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응징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후보들이 패가망신을 각오하지 않는한 승산없는 일에 매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흑색선전이나 금품공세에 흔들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뻔한 인신공격에 구애받거나 돈에 팔리지 말고 엄정한 한 표를 행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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