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서 미국 역할 강조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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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은 15일 "동북아의 평화.안보 메커니즘을 창출하기 위해 미국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에 비영리재단으로 등록된 동아시아재단(이사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발간하는 영문잡지 '글로벌 아시아'에 실은 특별기고를 통해서다. 노 대통령의 기고는 '글로벌 아시아' 편집장을 맡고 있는 문정인(연세대 교수) 안보대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지역의 번영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장래의 이 지역 국가들 간에 공유하는 소속감은 지리적 접근성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영문인 데다 외교잡지여서 한국어로 직역하면 좀 어색하다. 요컨대 '장래의 이 지역 국가들'이란 표현은 미국이 포함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리적 접근성'은 약하지만 동북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뜻이다.

노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 전통적 이해관계에 있으며 이 지역에 강한 일체감을 갖고 있다"며 "미국이 동북아 다자협력 질서 구조를 창출하는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공동체 건설을 위해 ▶경제적 협력과 통합의 질서를 구현하고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하며 ▶동북아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이 증대되고 ▶과거 역사 직시와 역사 인식에 대한 공통의 토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대미관은 과거 그가 주창한 '동북아 균형자론'과 대비된다.

그는 2005년 2월 국정연설에서 "한국이 동북아 균형자로서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전통적으로 동북아 균형자는 미국이 행사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당시 보수 진영으로부터 '자주를 앞세운 반미 좌파 정부'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이 '경제+안보 동맹' 관계로 격상됐다는 자신감과 이에 따라 사실상 미국이 동북아 역내 국가의 지위를 갖게 됐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기고문에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 "일본, 과거사 반성 상응한 실천을"=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일본의 '폐쇄적 민족주의'도 비판했다.

"일본이 그간 보여온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그에 상응한 실천이 수반되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역사 왜곡은 배타적 민족주의와 국수주의를 가져오고 나라와 지역을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수 있다. 독일.프랑스의 예처럼 공동의 역사교육은 배타적 민족주의를 열린 민족주의로 전환하게 할 것이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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