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인이 태반… 신인가뭄/14대총선 입후보자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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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초·광역」서 지망생 흡수한 탓… 50대가 주류/낙천의원 신당으로 많이 옮겨
14대총선 후보등록 결과는 몇가지 특징으로 요약될 수 있다.
경쟁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무소속 출마자가 많다는점,기성정치인이 대부분이라는 점 등이다.
경쟁률 4.44대 1은 13대(4.7대 1)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출마자수는 1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3공·유신이전 7대선거까지의 경쟁률에 육박하는 것이어서 정치의 민주화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전체경쟁률이 낮은 것은 서너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선 14대에는 민자·민주·국민·신정·공명·민중당 등 6개 정당만이 참가해 13대(14개),12대(9개),11대(12개)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주요 4개정당의 공천자는 7백62명으로 13대때 민정·민주·평민·공화당이 내세운 7백75명과 비슷했지만 군소정당 후보폭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6개정당」기록은 유신시절인 9,10대(3개)를 빼고는 유신직전의 8대와 함께 가장 적은 숫자다.
선관위에는 자유민주당·대한민주당 등 창당준비신고가 10여건 있었지만 막상 총선에는 나서지 못했다.
13대에는 4당 대결구도의 틈새를 파고들려는 군소정당이 다수 있었지만 14대에는 국민당이 나오기 전만해도 민자­민주 양당구도로 좁혀져 작은 정당이 엄두를 내려고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정당수가 적은데다가 신정당(1백11명 출마)·민중당(52명)·공명당(12명)이 상당지역에서 후보를 내지 못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소속의 대거출마. 2백25명(1명 사퇴)이 나와 21.4%를 차지해 13대(10.6%),12대(6.6%)보다 훨씬 두드러졌다.
또 민자당과 민주당이 대표적으로 일방적인 우세를 과시하고 있는 대구(3.9대 1) 경북(4.1대 1)과 전남(3.8대 1)은 전국 평균보다 경쟁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가지 특징은 출마자의 태반이 기성정치인이라는 점이다. 전 현직의원·정당인 등이 6백61명으로 62.9%를 차지하고 있다.
3당합당·야당통합 등으로 인한 여파로 낙천자들이 크게 늘어났고 이들이 다른 신생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출전했기 때문이다. 그바람에 다른 직종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세대교체의 바람은 오히려 퇴색한 느낌이다.
이는 91년 기초·광역의회 선거에서 정치지망생이 많이 흡수된 탓이기도 하다.
넓게봐서 정치권에 대한 범사회적인 불신도 신인들의 출마를 억제하는데 기여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당후보가 줄어든 공백에 무소속이 대거 진출해 많은 지역에서 민자­민주­국민­무소속의 4파전이 벌어지게 됐다.
특히 여권출신 무소속 후보들은 6공정권의 본거지인 경북은 물론 부산·경남·서울·경기 등지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민주당도 낙천자들이 김대중 지도부의 텃밭이라는 전북·전남에 출사표를 던져 귀추가 주목된다.
무소속뿐만 아니라 국민당도 서울(41명)·경기(23명)·경남(17명)·강원(13명) 등 모두 1백89명으로 출진시키는 기세를 과시했다.
국민당은 민자·민주와 대결하는 3각구도 또는 무소속까지 합쳐지는 4각구도에서 당선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의원들은 2백99명이나 나왔다. 탈락의원들이 국민·신정 등 신생정당의 「구명보트」를 타 전·현직의원출마 비율이 높아졌다.
연령별로 보면 13대때는 40대가 45%로 가장 많았는데 14대에는 50세 이상이 52%나 차지하고 있어 장년화 추세를 보였다.
30세이하(3%)와 30대(14%)는 13대와 별차이가 없다.
여성후보는 서울 10명등 19명이 출마,13대 14명보다 5명이 늘어났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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