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회 KT배 왕위전' 소년 기사의 초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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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예선 하이라이트>

○ . 이영구 6단 ● . 윤찬희 초단

장면도(148~158)=반복되는 얘기지만 '계산 능력', 즉 '형세 판단 능력'은 다른 능력에 우선한다. 전략과 수의 강약이 모두 계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48로 젖혔을 때가 이 판의 클라이맥스다. 이 장면에선 십중팔구는 '참고도1'처럼 흑1로 막게 된다. 백은 자연스럽게 2로 늘어 집을 부풀리게 되고 그 순간 백△한 점도 살아간다. 어쩌면 이게 보통이고 상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윤찬희라는 소년 기사는 동물적 감각으로 '이건 안 된다. 덤이 나오지 않는다'고 직감한다. 초읽기에 몰려 정확히 계산할 시간은 없지만 149, 151로 시간 연장책을 쓰며 결사적으로 집을 헤아리고 또 수를 읽는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153의 초강수. 성립-불성립 여부를 떠나 이 급박한 장면에서 이영구라는 일류기사를 상대로 이런 강수를 던졌다는 것 자체가 그의 남다른 승부 기질을 보여준다.

이 수에 백이 물러선다면 '참고도2'가 된다. 그러나 이 그림은 백△가 패가 아니면 살아올 수 없고 (A로 둔 다음 B로 끊는 패는 백 쪽의 부담이 더 크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용납할 수 없는 굴욕적인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이영구 6단도 결연히 154로 나갔고 '그렇다면' 하고 흑은 155, 157로 다 연결해버렸다. 이리하여 바둑은 죽느냐, 사느냐의 승부가 되었다. 158의 절단에 흑은 살아갈 수 있을까. 살아가더라도 피를 너무 흘리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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